트럼프 G7 초청에 곧바로 "기꺼이 응할 것"..문대통령 통큰 결단

김현 기자,구교운 기자 2020. 6. 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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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통화서 수락 의사..9월 방미시 코로나 사태 후 첫 순방
미중 갈등에 끼여 선택하기보단 포스트 코로나 '이정표'에 방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6.1/뉴스1

(서울=뉴스1) 김현 기자,구교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주최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대해 "기꺼이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주목을 받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G7 정상회의를 확대한 G11이나 G12 정상회의에 참여하게 된다면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이 회원국이며 ‘선진국 클럽’이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특히 별다른 상황이 없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가 미국이 될 것으로 보여 한미 정상간 두터운 신뢰를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데에도 상당한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1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 G7 체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문 대통령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올해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나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G7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 G7 체제의 전환에 공감하며,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화답했고, 브라질을 포함해 G12로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인구,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6.1/뉴스1

문 대통령이 G7 회의 초청에 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내놓은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시간 5월30일)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한국·러시아·인도·호주 등 4개국 정상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초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외신보도로 알려지자 "(미측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최근의 전략적 위치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저희들이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청와대의 신중한 태도는 G7 회의 참여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확실한 기회이긴 하지만, 자칫 코로나19 사태 책임론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 이번 정상회의가 미국의 대(對) 중국 견제수단으로 작동할 경우 경제위기 극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제안에 곧바로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이런 해석을 불식시켰다. 문 대통령이 미중 갈등 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나라를 G11, G12에 포함시키겠다는 데 당연히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우리의 외교적 위상이 확대되고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평가받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우리 국민에게 기쁜 일이고, 우리 정부로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결단은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구상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세계의 표준모델이 되고 있는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복안이다.

미중 갈등의 사이에 끼어 어쩔 수 없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년도 G7의 확대 형태로 대면 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중국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의 결단에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일부에서 우려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중'자나 홍콩의 '홍'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문 대통령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 남아 있는 상황인 만큼 문 대통령이 앞으로 중국을 설득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결단으로 가까스로 잠재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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