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현동 부지 공원화, 서울시의 갑질 아닌가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2020. 6. 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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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 이후 거대 정부가 '절대 권력'이 되어서 일반 시민과 공동체가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하고 만들어온 신념이나 가치를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안에서도 한 나라의 근간이 되어야 할 헌법의 기본 가치와 상식이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한 예로 서울시는 지난 5월 2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올해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이들이라면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가 갖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송현동 부지가 대한항공 소유라는 점이다. 엄연히 사유재산이다. 그럼에도 타인의 소유 부동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서서 공원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각종 개발 인·허가권이라는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서울시가 선을 넘은 것이다.

송현동에 대한 서울시의 집착은 이미 2012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대한항공 소유 부지에 호텔 건립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보라"고 주문하면서부터다. 사유지에 대한 공익적 활용 방안이라는 이율배반적 개념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있다. 정점은 올해 3월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대한항공에 민간 매각 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매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요청이 담고 있는 의도는 실로 서늘하다. 다시 해석하자면 누가 송현동을 사더라도 개발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서울시가 송현동을 품겠다는 의미다.

이번 송현동 문화공원 조성 공표는 서울시의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었다. 송현동 부지를 사고 싶어 하는 매입 희망자들에게 이 땅은 '서울시의 땅'임을 공표한 것이다. 문화공원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 매입 희망자들이 사라질 것이고, 당연히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땅값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장가보다 한참 낮은 가격으로 서울시에 팔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송현동의 주인인 대한항공이 처한 현실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임원들의 임금을 최대 50%까지 반납하고 전 직원의 70%가 순환 휴업을 진행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자구책을 펼쳐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특별약정을 통한 자본 확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자본 확충의 골자는 바로 송현동 부지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26일 1조2000억원의 금융 지원을 결정하면서 2021년 말까지 2조원가량의 자본 확충을 특별약정 조건으로 정했다. 제값에 팔아 매각 비용을 제때 받아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란 의미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1항에서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3항에서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제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 문제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이 침해받는다는 점은 단순히 대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때일수록 우리 공동체의 자정 작용이 기능해야 한다.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권력이 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담론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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