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에 낸드플래시 8조 더 투자, 美·日 따돌린다

김성민 기자 2020. 6. 2.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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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9조 투자" 11일만에 과감한 선제 투자 추가 발표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8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이곳에 9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지 11일 만이다. 삼성이 연이어 수 조(兆)원 규모 최첨단 반도체 공장의 신설 계획을 밝힌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과감한 선제 투자로 후발 업체와 격차를 더 벌리는 전통적인 삼성식(式) 반도체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단 재계 일각에서는 "과감한 투자 전략은 좋지만 요즘은 다소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8조원 낸드 반도체 공장 신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2라인(P2)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에 이곳에서 최첨단 'V낸드(3차원 수직구조 낸드)' 제품을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인다. 삼성전자는 작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35.9%를 차지해, 1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 모습. 삼성은 이곳에 약 8조원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평택은 D램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낸드 메모리 등 3개 최첨단 제조라인을 보유한 복합 생산 거점이 될 예정이다. 한곳에 3가지 생산 공정을 모두 두는 복합 공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삼성전자

투자 배경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수요 급증에 대한 기대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동영상 시청 등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는 2016년 16.1제타바이트(1ZB는 1조GB)였던 세계 데이터 발생량이 2025년 163제타바이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열 배로 늘어나는 만큼,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메모리의 수요도 그만큼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낸드 시장 수급 상황이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1위 삼성의 낸드 증설에 일본 키옥시아, 미국 마이크론·인텔, 국내 SK하이닉스 등 2~6위인 경쟁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작년만 해도 가격이 폭락하면서 후발 주자들은 적자의 벼랑 끝까지 갔다가 올해 코로나로 인한 의외의 수요 회복으로 안도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현재 중국 시안에서도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증설이 당장 후발 주자의 추가 증설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반도체 업계의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못 박은 것은 시장 1위를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2위인 일본 키옥시아가 점유율을 지키려면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따라오긴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낸드 메모리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중국 신생 업체에도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공급 과잉 상황이 올 경우 수십조원을 투자해 이제 막 양산을 시작한 중국 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이은 조 단위 투자 꺼내 든 삼성

삼성전자가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까지 구축하면 삼성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이자 최첨단 반도체 복합(複合) 생산 기지가 될 예정이다. 앞으로 평택 2라인에서는 최첨단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 초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나의 생산 공장에서 D램·낸드플래시·파운드리를 모두 생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계에서는 "불황일 때 투자하라"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담겼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위기일수록 시장을 면밀히 분석했고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한 선제 투자에 나섰다. 2000년대 후반 일본 엘피다, 독일 키몬다 등과 벌인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도 이 전략으로 승리했고,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 쟁탈전에서도 이 전략이 사용됐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잇단 검찰 수사와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투자 관련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전원이 꺼지면 처리하던 데이터가 날아가는 것이 D램, 데이터가 계속 남아있는 것이 낸드플래시다. 모두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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