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정치 안하는 여당, 정치할 기회 온 검찰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입력 2020. 6. 2. 04: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미향·여당 명확한 해명 미룬 사이 검찰은 수사에 돌입
각종 의혹 부인하면서도 '왜 아닌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또 검찰에 정치 맡겨

회계 부실, 개인 계좌 모금, 횡령·배임 그리고 안성 쉼터 매매 의혹까지 정의기억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결국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당내 일각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데 대해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해야한다, 본인이 직접 결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당에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이에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의원. 검찰 (이미지=노컷뉴스)
윤 의원 논란의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7일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신상털기식 의혹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윤 의원 사퇴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이 최대한 신속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 주시고 국민들도 시시비비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미 보수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선 점 등이 이런 발언의 배경이지만, 윤 의원 논란을 정치가 아닌 사법의 영역에서 해결할 문제가 규정한 것이다.

윤미향 의원 역시 21대 국회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9일 기자회견을 하고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회를 장소로 잡으면서 '의원직 고수'를 표시나게 암시했다.

그는 개인 계좌 후원금 등에 대해선 "잘못된 판단이고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면서도 "계좌에 들어온 돈을 개인적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부족한 점은 검찰조사와 추가 설명을 통해, 한 점 의혹없이 소명하겠다"면서 자신의 거취를 사실상 검찰에 맡겼다.

이번에도 개혁의 대상이기도 한 검찰에게 본인들이 풀지 못한 사건을 떠넘긴 셈이다. 여당에서 대법원 판단까지 끝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는 와중에서다.

흔히 정치(politics)는 국가 운영과 관련한 활동으로 좁게 해석된다. 정치는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는 막스 베버의 정의가 대표적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국가 기관 중 하나인 검찰에서 윤 의원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시시비비는 검찰에서 다루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동양적 관점의 정치를 적용하면 이런 태도는 온당치 않다. 정치(政治)라는 용어는 고대 중국의 유교 경전인 '상서'에 나온 '도흡정치(道洽政治)'라는 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한자를 뜯어보면 정(政)은 바르게 하기 위해 회초리로 친다는 뜻이 된다. 치(治)는 물이 넘치는 것을 막고 피해를 수습하는 하는 일을 말한다. 이 때문에 법적 판단에 앞서 동양의 정치에서는 도덕적, 정치적 책임감이 강조된다.

윤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본인은 물론 여당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소명만을 들었을 뿐 제대로 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윤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유용이나 횡령은 없었다고 수차례 부인하면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여당이나 윤 의원이나 '정치'할 기회를 놓친 반면, 검찰이 또다시 '정치'할 기회를 잡았다.

일각에서는 30년 위안부 인권 운동을 한꺼번에 폄훼.부정하거나, 전체 진보 시민단체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여당에 강하게 버텼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때 "조국이 물러나면 검찰 개혁이 좌초된다"며 조 전 장관 지키기에 나섰던 논리와 매우 닮았다.

하지만 이는 180석을 몰아준 민심을 스스로 믿지 못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고, 여당에 수십년만에 올까말까한 환경을 만들어 준 국민이 그 정도 균형 감각도 없을까.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여론을 주도할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되레 윤 의원 논란 탓인지 호남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빠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윤 의원과 여당이 검찰 조사에 앞서 국민에게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해명했다면 논란은 일찍이 어느정도 누르러지지 않았을까. 적어도 검찰 수사가 지금처럼 중요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 의원과 여당이 '정치'를 못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이 역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만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steel@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