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보다 인종차별이 미국에서 더 무서운 병"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2020. 6. 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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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권력의 중심' 백악관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백악관 바로 앞 라파예트 공원에는 오후 2시쯤부터 시위대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건축회사에서 일한다는 흑인 청년 제리 깁슨은 주말인 30, 31일 이틀 연속 친구들과 함께 백악관 앞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29~30일 심야와 새벽에도 시위대 일부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하며 비밀경호국(SS)과 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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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르포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31일(현지시간) 열린 시위에 참가한 사람이 ‘나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말은 시위대의 구호가 됐다.


미국 ‘권력의 중심’ 백악관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백악관 바로 앞 라파예트 공원에는 오후 2시쯤부터 시위대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후 6시에는 인원이 수천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 워싱턴에서도 28일부터 나흘 연속 시위가 열렸다.

이날 백악관 앞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흑인들이 다수였으나 백인도 적지 않았다. 젊은층이 대부분이었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백악관 주변 주요 도로를 차량으로 봉쇄했다.

시위대는 “나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라고 외쳤다. 플로이드가 목 졸려 죽어가면서 남긴 이 말은 이번 항의 시위를 대표하는 구호가 됐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No Justice, No Peace)” “총 쏘지 마라(Don’t Shoot)” 등의 구호도 들렸다.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적힌 피켓도 많이 보였다.

미국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31일(현지시간) 열린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건축회사에서 일한다는 흑인 청년 제리 깁슨은 주말인 30, 31일 이틀 연속 친구들과 함께 백악관 앞 시위에 나왔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깁슨에게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는데, 시위에 나와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깁슨은 “코로나19에 대해 신경은 쓰인다”면서도 “나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인종차별이 미국에서 더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흑인이 미국에서 인종차별로 죽어갔다. 코로나19는 지난겨울 시작됐지만 인종차별은 수백년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백인 여성 엠마 피셔는 “플로이드가 목이 눌려 숨지는 동영상을 보고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끔찍하고 역겨운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피셔는 “정의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흑인, 백인 구분 없이 누구나 경찰에 의해 죽을 수 있다”면서 “불법적인 요소들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의 분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했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한 흑인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인종적인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부추기는 말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그래서 시위에 나왔다. 우리 힘으로 트럼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인 남성 로버트 포스터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은 모든 면에서 퇴보했다. 특히 도덕적으로 미국은 큰 상처를 입었다”며 “나는 그가 우리의 대통령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평화롭게 전개되던 시위는 밤이 되면서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 뒤편에 있는 세인트 존 교회 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1816년에 문을 연 이 교회는 역대 대통령들이 예배를 보던 곳이다.

앞서 29~30일 심야와 새벽에도 시위대 일부가 백악관 진입을 시도하며 비밀경호국(SS)과 맞서기도 했다. CNN은 시위대가 몰려들던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 아들 배런이 지하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로 피신해 1시간가량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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