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중국군, 초주검된 인도군..中·印 국경 난투극 쇼크
인도군에 붙잡힌 중국군 피 흘리며 쓰러져
중국이 공개한 사진엔 초주검된 인도군
인도 동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충돌
서로 이겼다며 영상 올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중 간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세계 1, 2위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의 양국 국경부대가 서로 치고받는 난투극을 벌이며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동영상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약 2분여의 짧은 이 동영상에는 인도군 병사들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차량에 몽둥이세례를 가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더욱 충격적인 건 흥분한 인도군 병사들의 고함으로 공포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이다. 이 중국군 병사는 이미 머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게 매우 위중한 상태로 보인다.
한 인도군 병사가 방패로 이 중국군을 보호하며 더 이상의 폭력이 가해지지 않게 지키고 있다. 이 동영상은 이날 중국 네티즌이 쉽게 볼 수 있는 웨이보는 물론 트위터에도 올랐다.
지난 5월 초부터 중국과 국경분쟁을 빚고 있는 인도 군부대에서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 1962년 한 차례 국경전쟁을 치르기도 한 중국과 인도는 58년이 지난 지금도 한 치의 양보 없이 대결 중이다.
최근엔 인도 북부 카슈미르 동쪽의 라다크 지역 판공 호수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맞붙었다. 지난 5일 서로 주먹질하고 돌을 던지는 등 집단 싸움이 벌어졌다. 9일에는 시킴 지역에서도 충돌이 있었다.
서로 총만 쏘지 않고 있을 뿐 몽둥이까지 동원하며 싸움이 점차 거칠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23일엔 인도 육군 참모총장이 라다크 지역을 시찰했고 이틀 후 인도는 중국이 이미 80~100개의 막사를 지어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26일엔 3군 장성들과 회의를 열고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외교 채널을 통해 풀어나가되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무력 충돌에 대비해 군사적인 준비를 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인도 매체 힌두스탄 타임스는 중국이 이미 5000명의 병력을 증강했고 인도 또한 추가 병력을 파견했다고 말했다. 27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인 분쟁 중재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날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인 변경의 국면이 전체적으론 안정적이고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해 충돌은 있지만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인도 외교부 대변인도 “군사와 외교적 채널로 중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30일엔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이 “라자크 지역에서의 군사 대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군사, 외교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고 말해 사태가 진정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튿날 ‘피 흘리는 중국군 병사’의 충격적인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중국 사회가 격분한 건 물론이다. 얼마 후 600만 팔로워를 거느린 중국의 인기 블로거가 사진 한장을 올렸다. 적어도 5명 이상 되는 인도군이 거의 초주검 상태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다. 머리가 깨지고 옷은 피로 흥건하다.
주위엔 쇠파이프 등을 든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보인다. 이후 1일부터는 앞서 ‘피 흘리는 중국군 병사’와 ‘쓰러진 인도군 병사’에 대한 자초지종 이야기가 중국 인터넷 공간을 통해 하나둘씩 흘러나오고 있다.
‘피 흘리는 중국군 병사’는 통역 군인으로 알려진다.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대치 중인 인도군과 말을 하려고 차에서 내렸다가 붙잡혀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복에 나섰고 어떤 싸움이 일어났는지 불분명하나 무려 72명의 인도군이 다쳤고 일부는 부상이 심해 후방으로 이송됐다. 인도군 72명이 부상을 입었을 정도이면 수백 명 이상이 싸운 것으로 추정돼 간단치 않은 상황임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달 31일 인도와 중국이 잇따라 동영상과 사진 등을 인터넷 공간을 통해 공개한 것으로 볼 때 서로 싸움에서 이긴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싸움은 중·인이 서로 자신들의 영역으로 상대가 침입해 왔다고 주장하며 발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내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분쟁을 획책하고 있다고 서로 비난 중이다. 중국과 3500km에 달하는 국경선을 가진 인도는 현재 국경 지역에 대대적으로 병력과 장비를 증강하고 있다.
특히 62년 전쟁 때 손실이 컸던 원인이 공중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고 공군 전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각종 장갑차와 탱크, 젠(殲)-11 전투기 등을 포진시키며 아직은 인도에 전력상 우위라는 말을 듣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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