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윤미향 감싸는 與, 설마 177석의 자신감인가

김명지 정치팀장 2020. 6. 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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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접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데, 주변에서 '사람 착하다'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A재선의원과 티타임에서 윤미향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윤 의원의 지난달 29일 해명 기자회견이 있기 전의 일이다. A 의원은 "30년 시민사회운동 했던 사람 아니냐"라며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소명을 한다고 하니 들어보자"고 했다. 윤 의원 사태에 대한 반성이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윤 의원이 누구한테 착한 거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런 게 제 식구 감싸기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A의원은 윤 의원의 소명을 들어보자고 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는 분위기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1995년 첫 집을 월급을 저축해 마련했다고 했지만, 당시 월급이 50만원이었다는 인터뷰 기사가 재조명되면서 세간에는 '월급 50만원으로 3년안에 3000만원 만드는 재테크 비법'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진보시민단체, 친북 단체 관계자의 자녀들에게만 지급된 '김복동 할머니 장학금' 의사 결정 과정 역시 의문으로 남았다. 윤 의원이 딸과 함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주최한 유럽기행에 동참한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윤 의원은 지난 1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비배지를 가슴에 달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출근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 응원의 메시지를 내놨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점심식사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까? 힘내시라고 용기를 드렸고 말벗도 돼 드렸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라디오에서 "적어도 의원 임기 시작 전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추켜세웠다. 윤 의원은 사무실 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엔 답없이 빠져나가더니 그날 밤 페이스북에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민주당의 '윤미향' 감싸기는 당 지도부가 이 사태를 진보 진영의 존립 근거인 시민사회 운동과 연결시켜 보는 데서 시작하는 듯 했다. B재선 의원은 윤 의원 사태에 대해서 "당 지도부가 어련히 고민을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지 않겠느냐"라며 "이는 정의연은 물론 시민 사회 운동 전체의 정당성 등이 걸린 아주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정의연 30여 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 되고 악의적으로 폄훼되거나 우파들의 악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 당선자 전체에게 진영 대결에서 져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진영 지키기'로 접근한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이번 윤 의원 의혹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친여 성향 시민단체도 윤 의원과 민주당에 책임을 묻고 있다. 오죽하면 정의당도 민주당에 대해 "의혹이 커지는 동안 윤 의원 개인에 책임을 돌리고, 당이 의혹 해소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감"이라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 의원 논란이 빨리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논란이 들끓다가 유야무야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 177석 절대 과반을 차지한 자신감도 밑바닥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더 절망적이다. 윤 의원 논란은 검찰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두고두고 민주당에 부담이 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민주당이 원내에서 절대 과반의 힘을 가졌지만 정치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 민주당이 '윤미향 지키기'에 골몰하는 사이 민주당은 시민사회와 괴리될 것이다. 국민들이 등을 돌리면 과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민주당이 막강한 힘을 갖는 집권 여당으로서 좀 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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