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위대에 식당 털린 한인 "괜찮다..물건은 바꾸면 되지만, 생명은 아니잖나" [이슈잇슈 SNS]

송윤경 기자 2020. 6. 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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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시카고에서 ‘서울 타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재미교포 데이비드 최 페이스북 캡처


“내 식당의 모든 것들은 대체 가능하다. 하지만 흑인들의 생명은 대체할 수 없다.”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가는 가운데 한 재미교포가 자신의 식당이 약탈당한 후 이같은 글을 남겨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와 미주리주에서 ‘서울 타코’란 이름의 아시안·멕시칸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재미교포 데이비드 최 씨는 지난달 31일 저녁 식당이 약탈당한 사실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데이비드 최는 ‘서울 타코’의 창립자이자 대표로 7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오늘밤 가게가 약탈당했다. 시카고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4년째 되는 날이었다”고 운을 뗀 후 “사업가이지만 그들의 분노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허나 이게 좌절을 드러낼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부당한 현실에 분노하는 그들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내 식당의 모든 것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흑인 사회, 소수자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바꿀 수 없는’(NOT REPLACEABLE)이라는 대목을 대문자로 쓰며 강조했다.

최 대표는 “내가 좌절했냐고? 물론이다.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서울’ 식당은 다시 문을 열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생명들이 무분별하게 스러지고, 그것도 너무나 주기적으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진짜 문제다. 우린 치우고 또 하루를 살며, 이겨낼 것이다. 이 사안의 큰 그림을 보자”고 했다. ‘서울 타코(Seoul Taco)’의 트위터 계정에도 같은 글이 게시됐는데, 이 글에는 ‘#BlackLivesMatter’ ‘#BLM’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있다.

미국 시카고에서 ‘서울 타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재미교포 데이비드 최 페이스북 캡처


자신의 식당이 부서졌음에도 흑인 사회와의 연대 메시지를 담은 이 글에 대해 현재까지 약 1500명의 누리꾼이 ‘좋아요’ 등의 공감을 표시했다. 미국인들은 “미안하다” 등의 메시지를 많이 남겼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달라, 함께 청소를 해주고 싶다” 는 댓글도 있었다. “당신은 큰 사람이다” “당신의 글이 나를 울렸다” 등의 메시지도 잇따랐다.

미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화돼 상점 공격이 동반되자 일각에선 시위자들과 한인들간의 충돌과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한인들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뉴욕에선 팽팽한 긴장이 이어졌다. 현재 한인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는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투입된 상태다.

물질적 피해를 입고도 흑인들의 분노에 대한 공감과 지지, 연대의 뜻을 보여준 최 대표의 사례는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chlo**’라는 이름의 누리꾼이 최 대표의 글을 소개한 트윗 메시지는 2000여번 재전송(리트윗)됐다. 재미교포인 최 대표에게 페이스북 포스트를 한국 시민들에게 소개해도 되는지를 묻자 그는 “물론이다”라며 “우리가 흑인 형제들과 함께 서 있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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