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어쩌면]총선이 끝나고 한 달 반, 민주당이 한 일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2020. 6.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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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인돌은 시신과 유물을 묻고 그 위에 큰 덮개돌을 올린 구조물을 일컫는다. 덮개돌의 무게는 보통 10t 미만이지만, 큰 것은 100t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고인돌이 만들어진 건 청동기 시대라는데, 그 시절 그렇게 큰 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겠지만, 더 어려운 것은 그 돌을 무덤까지 옮기는 과정이었다. 실험 결과 1t짜리를 옮기는 데도 20명가량이 필요했다니, 100t이 넘는 돌을 옮기려면 정말 많은 인력이 동원됐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인돌이 많이 발견되는 나라로, 지금까지 남한에서만 3만여기가 발견됐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대체 왜 이리도 많은 고인돌을 만들었을까? 무슨 대단한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건축학자 유현준이 쓴 <어디서 살 것인가>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ㄱ이라는 부족이 정복을 위해 군대를 이끌고 이웃 마을로 간다. 그런데 그 마을을 가니 100t은 됨직한 거대한 고인돌이 서 있다면, ㄱ부족은 전쟁을 할 의욕이 꺾인다. “이 부족은 우리보다 훨씬 센 것 같아. 후퇴하자.” 고인돌은 이렇듯 전쟁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었기에, 그토록 안간힘을 써서 보다 큰 고인돌을 지으려 했던 것이다. 진시황의 만리장성도 마찬가지다. 무려 6000㎞를 넘는 거대한 성을 쌓는 데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을지는 상상도 안 가는데, 그래봤자 어디 한 곳만 뚫려도 성 전체가 쓸모없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굳이 이 성을 쌓은 이유는 성 밖의 이민족들이 감히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할 의도란다. 저자는 이집트의 스핑크스나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건축물들도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실제로 로마가 힘이 약해져 정복지에서 철수했을 때, 원주민들은 감히 로마제국으로 쳐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4·15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집권당인 민주당에 무려 180석을 선사해줬다. 다당제를 택하다 보니 제1당이래 봤자 과반을 전후한 의석을 차지하는 게 그간의 일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전체의 60%에 달한다. 의석수도 새 기록을 세웠다. 그 이전에는 4·19혁명 직후 치러진 196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차지한 175석이 최다 기록이었는데, 이번에 가뿐히 뛰어넘었다. 국민이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이유는 남은 임기 동안 제발 경제도 좀 살리고, 국정운영도 잘하라는 뜻이었으리라. 예컨대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패스트트랙도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려 법률안을 빨리 통과시킬 수 있다. 야당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수단인 필리버스터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중단결의를 하면 그만둬야 한다. 말 그대로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인 셈이니, 이제부터 하는 일은 오로지 정부·여당의 책임이고, 더는 야당 탓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고 한 달 반이 지나는 동안 민주당이 한 일을 살펴보면 어이가 없다. 첫째, 민주당은 윤미향 의원을 열심히 비호하고 있다. 알다시피 윤미향은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받고, 기부받은 돈으로 할머니가 쓰지도 못할 쉼터를 사는 등 여러 가지 의혹에 휘말려 있다. 현재 국민의 70%가 그의 사퇴를 바라고 있고, 윤미향이 30년간 돌봤다는 위안부 할머니들 중 그의 편은 없지만, 민주당은 윤미향을 놓을 마음이 없다. 둘째, 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 구출 작전에 나섰다. 한 전 총리는 모 건설업자로부터 9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는데, 그걸 뒤집어 보겠다는 게 민주당의 각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사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역시 180석의 힘을 믿어서이리라. 셋째, 민주당은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금 전 의원은 소위 조국사태 때 소신발언을 하고, 공수처법 투표 때도 소신에 따라 기권한 바 있는데, 그 바람에 당으로부터 미움을 사서 총선 출마도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정도로도 속이 안 풀렸는지 징계를 내린단다.

이 모든 게 총선 참패로 넋이 나간 야당이 아무것도 안 하는 와중에 벌인 일이라니, 한심하지 않은가. 겉보기에 쓸모없이 보였던 고인돌과 만리장성은 그래도 전쟁을 막아주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고인돌보다 더 커 보이는 180석 민주당은 정말 쓸데없는 일만 하고 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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