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親與 세력의 '대구 때리기'

주희연 정치부 기자 2020. 6. 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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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연 정치부 기자

4·15 총선에서 대구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의기억연대 사태를 보는 심정이 참담하다고 했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의 정의연 성금 의혹 등을 폭로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대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공격하는 친여(親與) 세력의 공세가 날로 심해지고 있어서다.

일부 여권 강성 지지층은 인터넷에 이 할머니를 겨냥, "대구 할매" "참 대구스럽다" 등의 지역 혐오 발언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 당원 모임 페이스북엔 "이 할머니는 일본군과 영혼결혼식을 한 일본인 아내"라는 말까지 올라왔다. 민주당 지도부 일원이 "온·오프라인에서 확산하는 2차 가해가 이 할머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흐리고 소모적인 편 가르기만 낳고 있다"고 했지만, 공격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친여 성향 네티즌의 이런 '대구 공격'은 낯설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휩쓸었지만, 대구에선 단 한 명도 당선되지 않았다. 이런 총선 결과에 "대구는 일본으로 독립하라"는 등 지역 혐오 표현이 기승을 부렸다. 대구 지역 유권자의 보수 성향 지역주의를 비꼰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 인사는 대구에서 낙선한 직후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의 지역주의 공세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최근 이 할머니를 향한 여권 지지층의 '대구 공격'에는 그때보다 더 큰 우려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 할머니에 대한 비난은 단순히 공격이 아니라 'bashing'(맹비난)에 가깝다"고 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던 진보진영 위안부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혐오와 갈등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질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당시 코로나 대구 지역 확진자 수를 언급하며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했다. 민주당 당원은 페이스북에 "신천지와 코로나19의 위협이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미래통합당)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이라고 했다. 민주당 청년위 소속 인사는 "대구·경북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하게 잘 보호해줘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친여 세력의 이런 '대구 혐오'는 자신들에게 불리할 때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할머니를 향한 공격도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2차 기자회견'을 연 뒤 더 심해졌다. 주요 현안에서 불리한 국면을 맞으면 지역감정을 끌고 나와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비판과 폭로도 앞으로는 출신을 따져가며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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