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께 죄송해요".. 청년층, 잇단 후원금 반환소송

정우진 기자 2020. 6. 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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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단체에 기부금을 내왔던 젊은 후원자들이 기부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소송을 통해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지켜보는 게 후원자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의 대표인 김씨는 "후원자 대부분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라고 기부한 게 아니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따뜻한 옷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여생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후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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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아껴 할머니 위해 냈는데" 윤미향 사태에 충격.. 내일 訴 제기


위안부 피해자 단체에 기부금을 내왔던 젊은 후원자들이 기부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기부금을 불투명하게 운용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원금 반환소송을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대부분이 자신의 생활비를 아껴가며 기부한 2030세대”라고 말했다.

본보와 인터뷰한 후원자들은 최근 나눔의집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단체에서 불거진 ‘부실 회계 의혹’ 논란을 지켜보면서 참담함과 배신감을 느껴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소송을 통해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지켜보는 게 후원자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4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대학생 강민서(25)씨는 할머니들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법조인을 꿈꿔 왔다. 이번 사태 전까진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가들을 존경해 왔다. 성범죄 피해자였던 강씨는 관련 소송에서 피고에게 부과된 합의금 1300만원 중 400만원을 면제해주고 남은 900만원 전액을 나눔의집에 기부했다. 강씨는 “할머님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빨리 기부를 하고 싶어 합의금을 면제해줬다”며 “20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던 저에겐 굉장히 의미가 큰 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를 겪고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30년이 넘도록 싸워온 할머니들의 지난 삶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깨달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씨는 일각에서 할머니의 기억력을 문제삼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그들에게 정의란 그저 허울뿐이었음을 느낀다”고 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민수(27)씨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소식을 듣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2018년 전역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학자금을 대고 남은 돈을 아껴 2년 넘게 기부해 왔다. 정의연에 후원하는 마리몬드 상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무관심했던 자책감과 할머니들을 통해 배운 용기와 정의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후원을 중단하고 반환금 소송에 참여하기까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는 “후원을 중단하면 할머니들에게 지원이 아예 끊길까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하지만 시민단체가 더 투명해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소송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호(28)씨도 4년 동안 매달 5만원씩 기부해 왔다.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의 대표인 김씨는 “후원자 대부분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라고 기부한 게 아니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따뜻한 옷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여생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후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어 기부했는데 기부금이 정작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만을 위한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니다’라는 위안부 관련 단체의 해명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강씨는 “단체 목적에 ‘피해자 지원과 인권회복’을 명시하고 있고 오랫동안 할머님들을 전국 팔도, 각국으로 끌고다니며 기부금을 모아왔다”며 “기부자가 나눔을 행한 건 적어도 납득 가능한 정도로 기부금이 전해지리라는 신뢰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할머니들에게 기부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검찰에서 밝혀져야겠지만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는 시민단체에서 부실회계 처리를 했다는 것 자체가 기본이 안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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