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임 의혹에 "금감원 조사" 독촉..드러난 김봉현 꿍꿍이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사장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지난해 7월 여권 정치인을 만나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조사를 "막아달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빨리 조사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금감원에서 라임 사태와 관련해 '문제 없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24일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친노(친노무현)' 계열인 전 열린우리당 관계자를 통해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여당 A의원을 만났다. 라임 펀드 비위 의혹이 처음 보도되고 이틀 뒤다. 국회 정무위는 금감원·금융위원회와 같은 기관의 소관 상임위로, 금융권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크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사장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금감원에서 라임 관련 조사를 신속하게 해서 명명백백하게 라임에 문제가 없다는 게 드러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토종펀드인 라임이 흔들리면서 라임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한 기업들의 피해도 막심하다"며 "사기나 돌려막기가 아니라 국내에서 여태껏 쓰지 않은 '새로운 기법'을 써서 펀드를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라임 자금을 이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나서 수백억원을 빼돌렸던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왜 금감원의 조사를 '독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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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 통해 무마시킬 수 있다 판단"
이들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금감원 쪽은 친구인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김 전 행정관을 통해 범죄 사실을 '무마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행정관은 이 전 부사장 등에게 라임 관련 금감원 검사 계획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김 전 회장 입장에서는 '라임이 문제없다'는 '가짜 결론'이 나야 예정됐던 투자금을 받아 챙길 수 있던 상황이었다. 김 전 회장이 실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23일 라임으로부터 전환사채(CB) 매입 명목으로 200억원을 추가로 받기로 했는데, 전날(22일) 라임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투자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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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결론 나야 라임 자금 추가 횡령 가능"
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라임으로부터 200억원을 받기 위해 라임 부실 의혹과 관련한 첫 언론 보도를 단 며칠만이라도 미루려고 난리였다"며 "하지만 결국 보도가 나갔고,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가짜 결론을 만들어내자'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히 결론이 나야 스타모빌리티는 물론 다른 김 전 회장의 실소유 회사들에도 투자 명목으로 라임 자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라임 부실 의혹은 감춰지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60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런데도 김 전 회장은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에게 골프 접대 등의 로비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환매 중단 상태였던 라임 펀드의 자금 195억원을 받아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이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한편 A의원은 "이 전 부사장이나 김 전 회장과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정무위 의원으로서 금융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들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만난 것일 뿐"이라며 "이야기는 들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 이후엔 연락도 안했고, 실제로 뭔가를 해 준 것도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후연·정용환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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