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날 계약·중도금, 합쳐서 5%뿐" 수상한 쉼터 계약서

현일훈 2020. 6. 3.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성 위안부 쉼터 매각 계약서 [곽상도 의원실 제공]


매매대금 : 4억 2000만 원.
계약금 : 1000만 원. 4월 23일에 지불하고 영수함.
중도금 : 1000만 원. 4월 23일에 지불하고 영수함.
잔금 : 4억 원. 8월 17일에 지불한다.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TF’ 곽상도 위원장이 2일 공개한 안성 위안부 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매매 계약서다. 지난 4월 23일 작성된 계약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입수했다. 매도자는 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매수자는 가려져 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0억 원을 지정 기부받아 2013년 10월 쉼터를 7억 5000만 원에 샀다. 이후 지난 4월 이를 4억 2000만 원에 파는 계약서를 써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서 보좌진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통합당은 계약서 사본을 공개하면서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없는 계약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곽 위원장은 계약금과 중도금이 한 날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 등에 주목하며 ‘쪼개기식 급조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대협이 계약금 1000만 원을 받자마자 곧바로 중도금 1000만 원이 받는 식으로 급박하게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결과적으로 전체 금액(4억 2000만 원)의 5%도 안 되는 돈으로 단 몇 시간 만에 쉼터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계약금은 계약 해제시 해약금의 역할을 하지만 중도금은 ‘계약 이행의 착수’(민법 565조)라는 법적 의미를 갖는다. 중도금을 지급한 후에는 일방적인 계약 파기가 불가능하다.

통상 부동산 거래는 계약금 10%, 중도금 40~50%, 잔금 40~50%로 진행된다. 계약에서 잔금까지는 2~3개월 안팎이 소요된다. 따라서 계약금과 동시에 중도금을 내고, 그 액수가 전체 거래액에 5%도 안 되는 건 통상의 부동산 거래와는 차이가 크다.

이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출신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정작 95%나 되는 잔금(4억원)은 8월로 미뤄버렸다”며 “매도자는 빨리 팔고 싶고 매수자가 당장 돈이 없을 때 이런 계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TF’ 곽상도 위원장이 2일 공개한 안성 위안부 쉼터 매매 계약서.


통합당은 매각 시점에도 주목한다. 정대협은 이용수 할머니의 첫 기자회견(4월 22일) 직후 쉼터를 정리했다. 언론에서 주목한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5월 7일이지만, 이 할머니는 앞서 4월 22일에 대구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의 국회 진출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매도·매수자 쌍방 동의하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함께 진행한 것”이라며 “(계약금, 중도금 소액은) 매수인이 쉼터를 매수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해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건물가치 하락과 주변 시세에 따른 매각이었다”고 했다.

통합당은 정대협이 쉼터를 살 때 이규민 민주당 의원의 중개가 있었던 만큼 매각 과정에서도 여권 인사나 윤 의원 측 관계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쉼터 매수자의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 측은 “윤 당선인이나 단체와는 관계가 없는 일반인에게 쉼터를 매도했다”고 말했다.

현일훈·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