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굿즈 무조건 굿? 정의연 기부금 논란에 상업화 반성론

이가람 2020. 6.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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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쇼핑물에서 판매 중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관련 후원 굿즈. [쇼핑몰 홈페이지 캡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부실 회계 논란이 후원 목적의 굿즈(상품·Goods)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의연이 굿즈 판매 업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공시에 누락하며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후원 굿즈의 의미가 훼손됐다는 비판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를 내세운 상업화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원 굿즈 기부금 공시 누락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굿즈를 제작·판매해온 업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축소 신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에 설립된 ‘마리몬드’는 지난해까지 정의연의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연에 17억여원을 기부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꽃으로 형상화한 패턴 디자인을 활용해 마리몬드는 휴대폰 케이스, 의류, 가방, 문구류 등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정대협과 정의연은 마리몬드로부터 받은 기부금 중 7억8000여만원을 국세청 공시에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 굿즈 판매업체 ‘위원랩’과 화장품업체 ‘이솔’로부터 받은 기부금 내역도 공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작은소녀상을 비롯해 위안부 팔찌·반지 등을 판매한 위원랩과 후원 할인행사와 영화 ‘김복동’ 상영회를 진행한 이솔화장품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정의연에 기부해왔다. 정의연 측은 “미흡함으로 인한 공시 오류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굿즈를 제작 및 판매해온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 소개. [마리몬드 홈페이지 캡처]



"후원 굿즈 의미 훼손돼"
정의연의 기부금품 회계 누락 의혹으로 후원 굿즈의 좋은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기견 후원 굿즈를 판매하는 나란히나란히 윤수빈 대표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후원 굿즈를 판매하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으로 굿즈 판매의 본질이 흐려지고 좋은 의미의 참여조차 위축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후원 굿즈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굿즈 구입이 기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후원이라는 좋은 취지의 전제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상품 판매의 상업성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트렌드가 후원 굿즈의 소비 열풍을 불러일으킨 만큼 이번 논란은 부정적 여파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소비 활동을 뜻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 세대 사이에서 후원 굿즈 구입은 단지 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개념있는 소비자’임을 보여주는 선호되는 방식이었다”며 “정의연 논란으로 기만당했다는 인식이 퍼져 미닝아웃의 개념 자체가 오도될 염려가 크다”고 말했다.


"회계 투명성으로 취지 되살려야"
전문가들은 후원 굿즈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내가 산 후원 굿즈가 누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소비자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부한 업체와 기부받은 단체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랩은 지난달부터 정의연 후원을 중단하고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전달하는 지정기탁으로 후원방식을 변경했다. 위원랩 관계자는 “할머니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고객분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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