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시작부터 꼬이나..통합당 "상임위 다 가져라"

구경우 기자 2020. 6. 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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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단독 본회의 의장단 선출에
주호영 177석 與에 "히틀러도 법치"
이해찬 "다수당 전체 맡는 게 관행"
통합당 "민주당 다 주고 책임 묻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빼고 국회를 개원해 국회의장단을 뽑고, 법안을 심사하는 18개 상임위원장(특별위 포함)도 싹쓸이하며 177석 거대여당의 ‘실력’을 보여줄 태세다. 통합당과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놓고 협상이 여의치 않자 힘으로 국회를 개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으로선 빠른 국회 개원이 절실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피해를 막기 위한 3차 추경안이 4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추경안 심사도 할 수 없다. 추경안을 소관하는 상임위원장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구성도 안 됐다.

법제사법위원회와 예결위를 여야가 서로 가져가겠다고 싸우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이 두 개 상임위를 양보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헌정사상 최초로 ‘18 대 0’ 상임위원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177석 힘으로 통합당 뺀 국회 개원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한 국회는 법에 따라 5일 임시회를 열고 국회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 임시회가 열리면 2일 안에 교섭단체(의원 20인 이상)는 의장에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3일 차가 되면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 법대로 하면 개원과 원구성이 모두 6월 8일에 끝나야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국회의장이 없으면 상임위원 배분도 안 되고 본회의도 열지 못한다. 법안 심사도 당연히 못한다. 국회의장 선출이 우선이다. 이 때문에 국회법(제15조)은 총선이 치러진 해의 최초 임시회에서 의장단을 선출하게 못 박아놨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3차 추경안을 처리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선 국회 개원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177석 거대 여당에 맞게 핵심 위원장인 법사위와 예결위도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협치’ 대신 ‘기선제압’을 택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일 오전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도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나 프랑스나 대통령제 국가는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다 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개원과 의장단 선출, 상임위원장 전 석 차지가 빈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법사위 사수? 민주당 ‘허수아비’ 계획 우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발언에 “‘법대로’를 외치지 않은 독재정권이 없었다”며 “히틀러의 나치정권까지도 법치주의를 외치면서 그런 독재를 해왔다”고 각을 세웠다.

국회 개원을 둔 싸움의 쟁점은 역시 법사위와 예결위다.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안을 다시 다른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으로서의 요건이 충분한지를 따지는 ‘체계·자구심사권’이 있다. 예결위는 연 500조 원을 웃도는 슈퍼 예산을 심사하고 결산할 힘이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통합당의 차지였다. 의석수에 맞춰 배분하는 국회 관행을 볼 때 통합당이 법사위와 예결위를 다 지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협상 초기엔 법사위를 사수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나왔다.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여 상임위를 넘긴 법안을 법사위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 1일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국회의장 산하의 별도로 옮기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자 상황이 바뀌고 있다. 예결위원장 자리를 넘기며 법사위를 지켜도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으로선 예결위원장을 차지하면 추경안은 물론 연말 예산안 처리도 수월할 수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절대 과반인 민주당이 법사위를 양보한 후 국회 운영위원장을 요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을 없애는 국회법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통합당 “예결위가 실익, 아니면 다 들고가라”
이에 통합당 내에서는 차라리 예결위원장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인 비대위의 개혁에는 당내 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영남권 의원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통합당의 103석 가운데 81%인 84석이 지역구이고, 지역구 가운데 66%인 56석이 영남권 의원들이다.

예결위원장은 의원들이 추진하는 지역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연말 예산안을 처리할 때는 정부와 전체 예산을 조율하며 특정 지역구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재정지출의 확대를 동의하는 김종인 비대위가 예산을 심사하고 의원들을 단속할 예결위원장직을 양보할 이유도 없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힘자랑하다가 망한 정권이 많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더 나아가 통합당 일각에서는 “18석 상임위원장을 모두 주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177석의 민주당은 개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필요)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안을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무한 책임을 지라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가 “힘이 모자라 망한 정권·나라보다는 힘이 넘쳐서 망한 정권과 나라가 많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18개 위원장, 그게 뭐라고, 다 줘도 좋다”며 “그만큼 책임도 무거워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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