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넘어 조직적 범죄" 필라델피아 한인 50곳 털렸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2020. 6.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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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에서도 4곳 약탈 당해, 미주 한인들 초긴장
필라델피아에서 약탈당한 한인 상점 내부/필라델피아 한인회 제공

“이건 개인의 일탈이나 약탈이 아니에요. 완전히 조직적인 범죄에요.”

2일(현지시각)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일어난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일대에 일어난 한인점포 약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일탈한 시위대가 몰려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수준이 아니라 트럭을 세워 놓고 조직적으로 물건을 싣고 날랐다는 것이다.

현재 펜실베이니아 교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50개 안팎의 한인 점포가 약탈 공격을 받았다. 미용용품(뷰티 서플라이) 상점을 비롯해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이다. 이중 가장 집중적으로 약탈 당한 곳이 미용용품점으로 현재까지 집계된 곳만 31곳에 달한다. 한인이 필라델피아에서 하는 미용용품점이 100여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가 약탈 당한 것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약탈 당한 한인 보석상 /필라델피아 한인회 제공

필라델피아 한인들의 피해 규모는 약 1500만달러 (183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0㎡규모의 대형 점포에서 물건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약탈해 가기도 했다. 황 회장은 “대부분의 약탈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주방위군이 필라델피아 시내로 들어오면서 약탈은 진정됐다”고 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약탈 당한 한인 상점. 문이 뜯겨져 있다. /필라델피아 한인회 제공

흑인들은 심한 곱슬머리를 관리하기 위해 미용용품을 많이 쓴다. 그러나 코로나로 미장원 등이 문을 닫으면서 그동안 이 같은 미용용품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던 중 도심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자 그 틈을 타 조직적으로 미용용품점을 털어간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있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시내에 진주한 펜실베이니아주 주방위군 /로이터 연합뉴스

이 같은 약탈은 도심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인타운이 있는 ‘필라델피아 5가’ 지역은 도심에서 10㎞ 이상 떨어져 있지만, 약국과 액세서리 가게 등은 약탈을 당했다. 이는 전문 약탈꾼들이 시위와 상관없이 돌아다니며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것이다. 통행금지가 있지만 약탈범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주로 흑인 동네에서 약탈이 일어났지만, 처음엔 백인이 창문을 깨고 이후에 흑인들이 들어가 약탈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인타운엔 주방위군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한인들은 언제든 다시 약탈을 당할 수 있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황 회장은 “911(긴급전화)에 전화를 약탈을 당했다고 전화를 해도 경찰은 아무도 못 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워싱턴DC에서도 교민들의 피해는 늘어났다. 당초 주류판매점 1곳이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샌드위치 가게 등 총 4곳의 한인 가게가 시위대들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워싱턴의 경우 물건을 깨고 일부 물건을 가져가는 상황 정도에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네소타 세인트 폴에서 한 흑인이 상점의 유리창을 야구방망이로 깨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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