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5·18 때 북한군 파견 요청" 주장 탈북작가 사자명예훼손 유죄 판결

심윤지 기자 2020. 6. 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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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에 군대 파견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펴냈던 작가에게 법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러한 주장이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탈북작가 이모씨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2017년 <보랏빛 호수>라는 책에서 ‘김 전 대통령이 5·18 당시 북한 김일성 주석에게 특수부대 파견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탈북민 출신 작가 이모씨에게 형법상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씨 측은 자신의 책에 적시한 5·18 관련 주장은 진실이며 설령 허위라고 해도 본인이 진실인 것으로 믿은 만큼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러한 이씨 측 주장을 기각했다. 기존 대법원 판결 등 근거자료들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이 전두환 신군부에 맞선 국민의 정당한 항거행위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피고인이 제출한 탈북 군인들의 발언과 당시 신문기사를 봐도 김 전 대통령이 북한과 결탁했다는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탈북 이후 10년 이상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보편적 인식과 증거를 접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들은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만 책에 기재했다”며 “고인의 유족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어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 때문에 5·18 민주화운동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자라온 환경과 경험, 사회적 여건을 감안해 보면 실형을 선고할 것까진 아니라고 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2017년 출간한 책 뿐 아니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 유튜브 방송 등에서 김 전 대통령이 북한과 협력관계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 부인 고 이희호 여사가 지난해 3월 이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6월 이 여사는 별세했다. 검찰은 그해 11월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씨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대한민국 정복을 위해 남한 진보세력과 결탁해 5·18운동을 일으킨 것”이라며 “북한군이 남파돼 서로 죽이는 등 증거 자료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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