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직후 전격 기소' 해명한 검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신속한 견제였다"
[경향신문]
“국정농단 사건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견제 기능이 발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의혹 제기에 신속 대응하면서 (중략)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다다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지난 2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하면서 밝힌 양형 의견 일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 심리로 열린 조씨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가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 사건에 대해 중형이 선고돼야 하는 이유를 장장 40여분 동안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제기된 그간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먼저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착수 경위를 해명했다. 지난해 8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조 전 장관이 지명되기 전부터 검찰이 내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본 건은 사건 관계인이 첩보를 제기하거나 고소·고발한 사건이 아니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해서 수사가 개시됐다”며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는 단계에서 확보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지명되기 전 ‘내사’를 한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 이후 수사에 착수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도 ‘내사’ 문제를 두고 공방이 벌어진 적이 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부당한 목적으로 내사했는지 확인하겠다면서 범죄인지서 등 수사 자료를 보여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9년 8월 이전에 내사가 진행된 내용은 없다”며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정 멘트는 언론과 시민단체 등 사회적·전반적 문제제기로 검찰이 나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검찰이 자체 내사를 거쳐 표적수사, 인지수사로 넘어간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은 일관되고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문회 당일 기습 기소’ 논란을 의식한 듯한 해명도 내놨다. 검찰은 지난해 9월6일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난 직후 정경심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정 교수의 소환 조사 없이 기소가 이뤄져 논란이 됐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한 덕분에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검찰은 “국정농단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견제 기능이 발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본 건의 경우 우리 사회의 의혹 제기에 신속 대응하면서 증거인멸 시도를 상당 부분 차단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다다를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 있는 고위 권력층에 대한 검찰의 견제 기능이 작동된 것”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이 사건을 국정농단 사건에 비유하며 권력에 대한 정당한 수사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8월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는 고위공직자로 재직하기도 전 벌어진 개인 비위에 대한 과도한 표적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 사건을 ‘최고 권력층의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조범동씨가 당시 조국 민정수석의 지위를 사업상 배경으로 활용해 무자본 M&A 등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본 건은 최고권력층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언론과 국민적 관심으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라며 “국정농단이 대표적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언론 등 외부의 문제제기에 의해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경향이 있는데 본 건도 같은 케이스”라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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