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조선일보

[기자의 시각] 승자의 미소 띤 윤미향

이기우 사회부 기자 입력 2020.06.0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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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사회부 기자

'입성(入城)'이라는 표현이 '국회'라는 단어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경우가 또 있었을까.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얘기다.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안에서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앞길을 가로막던 숱한 의혹과 논란이 무엇 하나 해명되지 않았지만 기어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제 전날처럼 기자들 앞에서 진땀을 뻘뻘 흘릴 필요도 더는 없다. 사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도 그는 옅게 웃었다.

'국회의원 윤미향'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다. 매년 1억5000여만원의 연봉을 받고, 운전기사까지 포함해 10명의 보좌진을 거느린다. 비록 윤 의원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거대 여당이 기꺼이 방탄(防彈)에 나서줄 것이다.

돌이켜보면 윤 의원과 그가 이끌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그동안 늘 당당했다. 지난달 정의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왜 기부금을 할머니들에게 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정의연 측은 "정의연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만을 위한 인도적 지원 단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신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또 "지난 30년간 활동가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나"라며 화를 내기도 했다.

그들의 노력으로 정말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됐을까. 기자가 취재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초라하고 주눅 들어 있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겨울을 좁은 임대아파트에서 이불 한 장에 의지해 지냈다. 우연히 소식을 들은 여당 당직자가 그날 당장 이 할머니에게 60만원짜리 온수매트를 갖다준 게 뉴스가 됐다. 30년 가까이 이 할머니를 집회와 모금 현장에 동원했던 윤 의원과 정의연은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을까.

그들의 당당함은, 기자가 취재 중 만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위축된 모습과 대비되며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수도권에 사는 A 할머니는 윤 의원을 "도둑×"이라고 불렀다. "할머니들에게는 1000원 한 장 쓴 적이 없다"며 "어지간히 도둑질, 강도질을 해먹어야지. 국회에 들어가선 또 무슨 ××을 하려느냐"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때마다 "절대로 이름을 쓰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내가 한 말인 게 알려지면 윤미향이 나를 가만 안 둘 거야"라고 했다. B 할머니 딸도 "윤미향이나 정의연으로부터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도 "정의연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코지를 할까 걱정된다"며 익명을 요청했다.

윤 의원은 지난 4월 "정치도 길 위의 인생처럼 산다면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두려움이 없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특히 피해자 할머니들이 가장 두려울 것이다. '국회의원 윤미향'이 '길 위의 윤미향'과는 다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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