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까지 SNS 성매매 글..'인간수업'은 현실이었다

이강준 기자 2020. 6. 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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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性 팝니다' 벼랑 끝 10대 ①

[편집자주] n번방 사건으로 심각성이 드러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미성년자다.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도 미성년자 성매매 이슈를 다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을 향한 성범죄의 검은 손길, 그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살펴봤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니네 반 찐따인 내가 사실 네 조건 만남의 브로커거든."

과묵하고 조용한 줄만 알았던 고등학생이 사실은 같은 반 여학생의 성매매 포주였다. 여기에 또 다른 여학생이 포주로 끼어들어 ‘남성’을 판매하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동안 사회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지난달에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내용이다. 인간수업은 한국의 아동·청소년 성매매라는 치부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중 1위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인간수업’은 화제가 됐다.

드라마처럼 한국 청소년의 성은 성인 혹은 같은 또래에 의해 너무나 쉽게 착취의 도구로 전락한다. ‘조건만남’이라는 성매매 형태가 ‘일탈계’를 통한 사진·영상 판매로 진화까지 했다. 일탈계는 n번방의 표적이 됐지만 수십명의 피해자가 생길 때까지 사회는 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트위터 #일탈계, "문상에 자영 팔아요"...또 다른 청소년 성매매 창구
지난 28일 트위터에 #일탈계를 검색했더니 음란영상과 사진을 판매하겠다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계정이 쏟아졌다./사진=트위터 캡처

청소년 성매매는 멀리서 찾을 필요없다. 트위터에서 바로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2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직접 트위터에 #일탈계로 검색했더니 외설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 계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밝힌 계정도 있었다.

‘자영(자위영상) 판매합니다. 1개당 문상 1만원.’ 문화상품권이나 현금을 보내면 더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주겠다고 공공연하게 '판매'하는 글도 적지 않다. 통화나 영상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직접적인 만남은 없으나 자신의 성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일종의 '성매매'다.

‘일탈계’외에도 ‘섹트’, ‘살색계’ 등도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직접적인 성매매 창구의 역할도 한다. 해당 계정에는 오프라인 만남을 요구하는 댓글도 적지 않다. 일부 ‘일탈계’는 직접적으로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달라며 ‘조건만남’을 암시하기도 한다.

익명성을 내걸고 아이들은 일탈계를 운영하지만 범죄의 대상의 된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은 트위터 ‘일탈계’에서 범죄대상을 골랐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속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상정보를 캐내서 성착취 범죄를 저질렀다.

청소년 상담기관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성매수자들은 '선수'들로 어린 학생의 약점을 파고들어 3초에서 8초만에 완전히 자기한테 휘둘리게 만들어 버린다"며 "트위터 뿐 아니라 랜덤 채팅, 인스타그램 등 메신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체라면 그 어떤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5년 간 청소년 성매매 범죄자 5000명..."처벌·교육 더 강화해야"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한국의 미성년자 성매매는 최근 5년간(2014~2018년) 검거된 인원만 5282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강요, 성매매, 성매수, 생매매 알선 영업행위) 등 혐의로 711명이 검거됐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다.

최근 성매매 범죄를 예방하고 신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아동과 청소년은 '성착취 피해자'로 규정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막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성매수자와 성매매에 빠져든 청소년들 두 관점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현대화'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매수자의 처벌 강도가 여타 성범죄보다 심각하게 저조하다는 사실은 2016년 성매매실태조사 결과로도 드러난다"며 "실제로 고소를 진행했을 때 가해자가 재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에 그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관계적 어려움에 처한 십대 여성들에게 가족이나 학교 이외의 안전망이 절실하다"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피해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완전히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피해자의 상황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대 피해자라든가, 부모님이 바빠서 되게 외롭다거나,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좋은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서 온라인에서 잘 해주는 사람들의 접근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내 편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청소년상담: 전화 1388, cyber1388.kr, 문자#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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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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