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분노의 담화'..남북 관계 '흔들'?

이정은 2020. 6.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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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두고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개성 공단을 아예 철거할 수 있다"는 분노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통일부가 곧바로 "대북 살포를 중단 시킬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답했는데요.

이정은 기자의 보도를 먼저 보시고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 짚어 보겠습니다.

◀ 리포트 ▶

김여정 제1 부부장의 담화엔 불쾌감이 여과없이 드러났습니다.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면전에서 자행되는 악의에 찬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 '쓰레기' '똥개'라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남한 정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라 방치하면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개성공단 완전 철거,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특히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남한 정부의 무대응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문제삼은 대북전단은 지난달 31일 한 탈북자단체가 살포했습니다.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1달러 지폐 2천장을 대형 풍선에 달아 북쪽으로 날렸는데, ICBM 미사일 사진과 나란히 놓인 김정은을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전단을 실은 풍선엔 지성호, 태영호 등 탈북자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됐다고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도 매달았습니다.

통일부는 담화가 발표된지 4시간만에 전단살포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을 준비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여상기/통일부 대변인]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전단 살포는 "백해무익한 행동"이라 규정하며 "안보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탈북자 단체는 해마다 봄부터 가을사이 대북전단을 살포했는데, 지난 2014년엔 북한이 전단을 겨냥해 기관총을 발사하면서 접경지역에 긴장 상황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오는 25일에도 대북 전단 100만장을 추가로 살포할 계획인데, 현행법으론 이를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MBC뉴스 이정은입니다.

(영상편집: 최승호)

◀ 앵커 ▶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을 앞세웠고 담화의 강도 역시 매우 강합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남북 관계, 전망까지 이정은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 더 해보겠습니다.

이 기자!

담화에 사용된 단어들만 봐도 북한이 '대북 전단'에 얼마나 민감한지 짐작이 되거든요.

왜 그런 거죠?

◀ 기자 ▶

일단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을 함부로 썼다는데 북한은 늘 민감해왔고요,

또 1달러 지폐를 함께 보내니까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유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자"고 합의한 이후로는 전단 살포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고, 문제가 된 지난 31일 전단 살포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이 문제를 북한 2인자라 할 수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꺼내든 건 다소 이례적이란 분석입니다.

◀ 앵커 ▶

방금 이례적이라 말을 했지만 김여정 부부장까지 나선 데에는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 기자 ▶

이번 담화는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매일 보는 노동신문에 실렸다는게 눈에 띄는데요.

북한 주민들에게 "노동당의 대남 기조가 이렇다"는 걸 확실히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만큼 당분간 대남기조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구요.

또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노동신문에 내보냄으로써 대미·대남관계를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김여정'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담화 나온지 4시간 만에 우리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발표를 했어요.

상당히 빨랐는데 이걸 두고 '저자세'다 이런 지적도 나올 수 있는데 배경을 좀 살펴볼까요?

◀ 기자 ▶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군사합의 파기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해 정부로선 사안이 위중하다,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이 두 가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의 결과물이거든요.

일부에선 북한이 이렇게 강한 경고를 하고 남한이 즉각 대응을 하면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지 않냐,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관계를 풀기 힘든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먼저 풀 것인가, 그건 낙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앵커 ▶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정은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이정근)

이정은 기자 (hoho0131@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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