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조선 朋黨정치 화려한 부활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이 작년 9월 '조국 사태' 때 당 지도부의 방침과 달리 혼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을 때 민주당 안에서는 "21대 총선 공천이 어렵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정치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공천 탈락 이외에 추가로 어떤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예측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금 전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친문(親文)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신예 후보에게 패해 총선에 나서보지도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떠나가는 금 전 의원 등에 끝내 '경고'라는 징계의 칼을 꽂았다. 21대 국회 출범 닷새를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방을 빼고 있을 시점이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금 전 의원이 작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 때 '찬성' 당론(黨論)을 어기고 기권표를 던진 것을 징계 사유로 꼽았다. 진짜 징계 이유가 무엇이든 민주당 안에서조차 "의원 징계 논리로는 궁색하고 졸렬하다는 인상마저 준다"는 말이 나왔다. 당명(黨名)에서 '민주'를 사수해온 정당이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원의 국회 표결을 징계하는 것의 비(非)민주성 때문이다. "섬뜩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당 주류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끝까지 응징한다'는 경고로 들린다는 것이다.
정당은 당원에게 당론을 따르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양심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국회의원의 표결을, 그것도 당론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주당 주류 인사들은 '당론에 따르지 않은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고 본 헌법재판소 판례를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례가 민주당이 그토록 비민주적이라 비판했던 과거 한나라당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의 이익과 소신 사이에서 주저하던 새누리당의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양심에 따라 자유투표를 하라"고 독려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 주류 세력에게 '배신자'로 찍혀 어려움을 겪을 때 그를 응원한 것도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양심보다 당 기율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민주당의 온건파가 상대 당 법안에 찬성하는 크로스보팅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크로스보팅이 미국 정치의 극단화를 막는 완충 장치를 해왔다. 미국의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자들은 전화기를 붙잡고 반대파 정치인을 설득할지언정 징계를 하지는 않는다. 반면 반대파의 싹을 잘라버리는 사화(士禍)를 반복한 조선조 정치를 '붕당(朋黨)정치'라고 한다. 정권을 잡은 붕당이 수정(修正) 실록을 써 반대파의 기록을 지우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다시 쓰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은 지금 조선조 붕당정치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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