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조국씨 부부의 거짓말 연기
영국 중서부 샌턴브리지라는 시골에서는 매년 11월 ‘세계 최고의 거짓말쟁이 대회’가 열린다. 19세기 이 동네에 살았던 윌 릿슨이란 노인을 기리는 행사로, 술집 주인이었던 릿슨은 늘 그럴듯한 거짓말로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고 한다. 누구나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지만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할 수 없다. “거짓말 기술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짓말 하면 정치인을 떠올리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은 대개 적극적인 거짓말보다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말을 많이 한다. 이를테면 "위장전입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인은 "없다"고 하지 않고 "내 기억엔 없다"고 말한다. 나중에 위장전입 사실이 들통나도 거짓이 아니라 오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는 꾀가 많고 거짓말을 잘했다. 제우스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라"고 하자 헤르메스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만 진실을 덜 말할 수는 있다"고 했다. 정치인과 변호사는 현대판 헤르메스라고 할 수 있다.
▶작년 한국인들은 역사에 남을 만한 거짓말쟁이 부부를 알게 됐다. 본인 출생연도부터 시작해 딸의 생일, 딸의 출생신고자까지 별 희한한 것들까지 거짓말 의혹을 받았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5촌 조카에게 전 재산을 맡겨 투자시켰다는 조국씨 부부다. 조씨가 작년 기자회견하던 모습이 선하다. 그는 "저는 코링크라는 이름을 이번에 알게 됐고 사모펀드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저는 물론이고 제 처도 이 사모펀드의 구성이건 운용이건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표정과 몸짓까지 동원됐다.
▶그런데 조씨 부부가 재작년 사모펀드 투자 당시 "세금이 2200만원 나왔다" "불로수익이니 할 말 없음" "그러니 재산 총액이 늘었지" 같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사모펀드가 뭔지도 모른다고 해놓고 세금 나온 것과 불로소득을 얻은 것은 다 알고 있었다. 이 정도 거짓말이면 자신도 거짓말하는지 모르면서 거짓말하는 것은 아닐까.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나타난다. 나쁜 거짓말을 하려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장난 거짓말을 할 때면 빙글빙글 웃게 된다. 그런데 조씨 부부의 특징은 무슨 억울한 핍박을 당하는 듯한 표정과 어투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웬만한 배우를 능가한다. 이들의 철면피 속 표정이 부부가 주고받은 문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비장한 얼굴로 탄 엘리베이터 철판 뒤에서 환하게 웃던 조국씨 표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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