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막혔는데.. 억울한 '마일리지 소멸'

김강한 기자 2020. 6. 5.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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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관련 피해 신고 작년의 4배

A씨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올해 9월 스페인에 다녀오는 일정의 왕복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항공사에 관련 절차를 문의하던 중 예약을 취소하면 3000마일리지가 소멸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2009년에 쌓은 마일리지가 사용 기한(10년)이 작년에 끝나 올해부터는 쓸 수 없고 예약을 취소하면 해당 마일리지는 사라진다는 것이었다"면서 "비상 상황인데도 규정대로 하겠다니 말이 되느냐"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와 항공사 사이에 마일리지 사용 기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로 전 세계 여행 자체가 올스톱됐으니 마일리지 사용 기한도 1년 정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항공사들은 "기한 만료 전에 예약하지 않는 승객의 마일리지 소멸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소비자 "마일리지 기한 연장해달라"

갈등의 원인은 '마일리지 사용 기한'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2008년 7월 이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기간 제한 없이 쓸 수 있지만, 2008년 7월부터 적립한 마일리지는 10년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에 따라 2008년 7~12월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2019년 1월 1일 0시에 소멸됐고, 2009년 적립한 마일리지도 올해 1월 1일 0시에 소멸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008년 10월 이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사용 기간 제한이 없고 2008년 10월부터 적립한 마일리지는 우수 회원 등급에 따라 10~12년으로 사용 기한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마일리지가 소멸되기 전 올해 출발하는 항공편을 예약했는데 승객이 이를 취소하면 마일리지가 사라진다. 또 코로나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많이 끊기면서 마일리지로 티켓을 예약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었다. 직장인 김모(39)씨는 "10년간 적립한 마일리지로 올해 유럽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티켓을 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해가 바뀌면 1만 마일리지 이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현실적으로 여행이 불가능한데 마일리지 정책을 문구대로 적용하는 것은 항공사의 횡포"라는 입장이다. 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운항 중단, 일정 변경, 마일리지 사용 문제 등 항공 관련 피해 신고는 12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다.

◇항공사 "마일리지 연장할 여유 없어"

이에 대해 항공사들은 "항공사가 운항을 중단한 경우에는 소멸된 마일리지를 전액 환불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사용 기한을 10년으로 충분히 제공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외국 항공사들에 비해 우리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사용 기한은 긴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독일 루프트한자, 일본항공(JAL), 싱가포르항공의 사용 기한은 3년이다. 항공사들은 상품 구매, 렌터카 사용, 숙박 예약, 영화관 이용 등 마일리지 대체 사용처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상품을 구매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하기보다 대부분 좌석 업그레이드나 비행기표 예약에 쓴다"고 반박한다.

항공사들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도 마일리지 사용 기한 연장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 생존 자금도 부족한 항공사들이 부채로 계산되는 마일리지까지 연장해 줄 여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쌓여 있는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사들의 매출이 80% 이상 급감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부로부터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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