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울산역서 12km.. 주민 "대통령 오신다 소문 다났다"

양산/김정환 기자 2020. 6.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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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지산리, 文대통령 사저 매입 부지 가보니

"대통령이 나중에 여기 온다고 동네 소문 다 났다."

4일 오전 11시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 인근 민가. 이곳에 50년 넘게 산 60대 여성 주민은 "어제인가 그제인가 양산시에서 측량 기사가 왔다"며 "도로 높여야 한다면서 둘러보더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양산에서 지낼 것이란 말이 나왔었다.

그런데 지난 4월 29일 문 대통령과 청와대 경호처가 지산리 일대 부지를 매입하고, 5월 4일 소유권 이전 등록을 마치면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313번지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송모(88)씨는 "대통령이 여기 땅 사고 서류 등록 다 했다고 하더라"며 "이 촌 동네에 왜 오는지 모르겠다. 문재인(대통령)이 오면 동네가 시끌벅적해질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통도사, 고속도로·기차역과 가까운 땅 매입

본지가 이날 문 대통령이 매입한 양산시 지산리 부지를 찾아가보니 '출입금지, 개인소유지, CCTV 작동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철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철문 뒤로 작은 단독 주택이 보였다. 이곳 80대 주민은 "3년 전에 외지에서 온 사람이 샀는데, 이곳 주민과 교류는 하지 않았다"며 "최근에 그 사람이 대통령한테 땅이랑 집을 팔았다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새로운 사저를 짓기 위해 최근 부지 1100여평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은 새 사저가 들어서게 될 부지와 현재 건물의 모습이다. 아래 사진에는 양산시 매곡동에 있는 문 대통령의 현재 사저와 진입로가 보인다. /양산=김동환 기자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로 지내려고 산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양산 통도사의 동북쪽 600~700m 거리에 위치해있다. 통도사에서 문 대통령이 산 부지를 가려면 우회로 뚫린 길을 따라 약 4㎞가량 둘러가야 한다. 차량으로 약 8분, 도보로 50분~1시간 정도 걷는 거리다.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차량을 타고 가면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IC를 지나 들어간다. KTX 울산역(경부선)에선 약 12㎞ 떨어져 있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통도사 인근에 내리니 비용이 1만600원 나왔다. 다만 통도사 인근부터는 구불구불한 언덕진 마을 길을 지나야 해 찾아가는 데 불편함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지냈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도 기차역인 진영역과 가깝다. 도로로 약 6㎞ 정도 떨어져 있다. 대신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출발할 경우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이곳을 방문하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을 타고 오면 된다.

봉하마을·통도사를 축으로 친노·친문 성지 되나

/조선일보

문 대통령이 산 지산리 부지 근처엔 불교 신자들과 지역민·관광객이 자주 찾는 통도사가 있다. 이곳은 경남 합천군 해인사, 전남 순천시 송광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로 불리고 2018년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통도사의 대웅전 및 금강계단은 국보 290호로 지정돼 있다. 문 대통령 사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김해 봉하마을처럼 지지자들과 주민들이 통도사를 거쳐 문 대통령 사저를 관람할 수도 있다.

김해 봉하마을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초가집 생가와 현재 권양숙 여사가 지내는 사저와 경호동이 있다. 마을회관, 추모의 집, 생태문화공원, 노 전 대통령 묘역 등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모일이 아니더라도 지지자들과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다만 문 대통령이 산 땅은 언덕 지형이라 다소 평평한 지대에 있는 김해 봉하마을처럼 개방형으로 꾸미긴 어려운 곳이다. 또 문 대통령 사저 입구 주변에는 민간 주택들이 있다. 부지 앞으로는 통도사 소유의 밭이 있다. 부지 뒤편 임야 지대 역시 사유지이다.

한 주민은 "아직 청와대에서 우리 집을 팔아달라는 말은 없었다"며 "만약 그런 요청이 들어와도 평생을 살아온 곳이라 팔 생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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