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데..'가방 사망'으로 본 '부모 징계권'

박상휘 기자 2020. 6. 5. 14: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일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A씨(43)가 경찰조사에서 한 말이다.

이같이 반복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 자녀에 대한 '부모 징계권'을 명시한 민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 조항을 삭제한다고 계모 A씨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훈육을 빌미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인식을 바꿔야 아동학대도 근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법 명시된 훈육권한 '아동학대 사망' 빌미 지적
"구시대 법조항 삭제..선진국처럼 체벌금지법 필요"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0.6.3/뉴스1 © News1 김아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아들이 거짓말을 해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지난 2일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A씨(43)가 경찰조사에서 한 말이다. A씨의 아동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달 5일에도 학대를 일삼다 아이의 머리가 찢어졌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총 4차례 이상 아이를 구타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민들을 경악하게 하는 아동학대 사례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4살짜리 여자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벌을 서다가 숨진데 이어 같은해 6월에는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부모의 방치 속에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같이 반복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 자녀에 대한 '부모 징계권'을 명시한 민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 조항을 삭제한다고 계모 A씨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훈육을 빌미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인식을 바꿔야 아동학대도 근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에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가해자는 법정에서 "나는 자녀를 사랑해 과도하게 훈육했을 뿐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훈육이 아동학대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가에서는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스웨덴이 전세계 최초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했고, 독일 등 54개 주요 국가들도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이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의 학생 및 가정에 대한 관찰과 지도, 부모 면담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학대를 받은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가 조기에 사건에 개입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아예 법 조항에 체벌 금지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일의 경우 대표적인데 독일은 징계를 금지하고 허용하지 않는 체벌 행위를 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추진 상황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친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 통념상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현 시기가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법무부는 "징계에 있어서 당연히 체벌이 들어간다는 인식과 법 태도는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회통념상 체벌 허용범위가 어디까지 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법 개정 방향이 자녀의 일부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부모 징계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일부 목소리도 법 조항 삭제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아동 전문가들은 예외조항을 둘 경우 법의 취지가 사라진다고 강조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훈육을 빌미로 징계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설령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면 그것은 소년법의 저촉 대상이지 가정에서 징계가 필요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가정에서 징계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예외 조항 없는 민법에서의 징계권은 삭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anghw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