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라진 농촌..도시근로자가 메운다

최승균,우성덕,이상헌 2020. 6. 5.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입국 '0'
일용직·실업자 '농촌알바' 몰려
일찾아 귀농, 코로나 新풍속

◆ 도시근로자 농촌行 러시 ◆

6월에 접어든 경북 의성군 안계면의 한 사과 농장. 농장 안에 들어서자 40·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성 3명이 가위를 들고 열매 솎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열매 솎기' 작업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몫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되자 내국인이 그 자리를 채웠다.

구미에서 왔다는 김 모씨(56)는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는데, 요즘 일감이 없어 농가에 오게 됐다"며 "일해 보니 농사일도 배우고 일당도 괜찮아 이참에 아예 귀농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일행도 각자 구미에서 택시 운전사와 공장 근로자로 일하다 코로나19로 일거리가 없어지자 이 농가를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단기 실업자가 된 도시 근로자들이 영농기를 맞아 농가 일손 현장에 몰리고 있다.

5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자체마다 농가 일손 신청에 내국인 지원자들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경남도의 경우 올해 5월까지 내국인 농가 일손 지원자는 1만9100명으로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인원(1만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경북도 역시 농가 일손 지원에 신청한 내국인은 지난달까지 2만397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000명)보다 21% 증가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된 일용직 노동자, 식당 아르바이트생 등 여러 업종 종사자들이 농가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도시 인력의 농가 지원이 늘었다고 해서 농촌의 '일손 가뭄'이 해갈된 것은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C-4 비자)는 총 4797명이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비전문취업 비자(E-9)와 방문취업 비자(H-2)로 국내에 체류한 외국인도 4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52만8933명에서 올해 47만9815명으로 9.2% 감소해 농가 일손이 줄었다.

올 들어 이들 체류 외국인은 1월 51만7명, 2월 49만8557명, 3월 48만6042명 등으로 매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외국인 계절 노동자는 그동안 농가 일손 지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외국인 입국이 막히자 지자체들은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며 도시 근로자의 농가 일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강종원 강원연구원 공간창조연구실장은 "농가 지원에 도시 근로자가 반짝 늘어나도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워낙 높았던 탓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