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국회법대로" 야 "나쁜 선례"..국회 시작부터 협치 빨간불
김태년 "관행 말고 원칙 지켜야" 주호영 "국회법, 훈시조항일 뿐"
내일 원구성 협상도 '타결 난망'..여, 8일 상임위원장 선출 시사
[경향신문]
21대 국회가 법정 시한일인 5일 문을 열었지만 미래통합당이 빠진 ‘반쪽 개원’에 그쳤다.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제1야당이 불참한 국회 개원은 처음이다.
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의사진행발언 이후 전원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은 통합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의 불참 속에 민주당 박병석 의원과 김상희 의원을 각각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과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개원 첫날부터 여야 간 파열음이 불거지면서 원구성 협상을 비롯해 코로나19와 경제위기 타개 등 국회 차원의 현안 대응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국회법을 보면 5일 첫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한다고 하지만 이는 훈시조항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조항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20차례 실시된 개원 국회(일정)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민주당이 본회의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통합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통합당이 퇴장한 이후 발언에 나선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합당 의원들은)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잘못된 관습에 따라 퇴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은 의원들은 민주당 김진표 의원 사회로 진행된 국회의장단 표결에서 박병석·김상희 의원을 각각 전반기 국회의장과 민주당 몫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통합당 몫 국회 부의장 후보인 정진석 의원은 통합당의 표결 불참으로 선출되지 못했다. 무소속 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의원도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겠다”며 “야당이 과거 관행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표결로 강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국회법을 지키도록 하겠다”며 오는 8일 상임위원장 선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본회의 퇴장 이후 재개된 의원총회 직후 “개원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민주당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회 운영”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도 입장차만 확인했다. 여야는 7일 원구성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현재로선 타결 가능성이 낮다. 원구성 협상의 쟁점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입장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난항이 계속되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비롯한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 논의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박 신임 의장은 “빠른 시일 내 합의하지 못하면, 의장이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국회 문을 연다는 원칙은 절대 바뀔 수 없다”며 “통합당이 끝내 거부해도 민주당은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의원총회에서도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
통합당은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전 의총에서 의장 선출까지 협조하자는 의견과 본회의 불참 의견이 대립했다. 거수투표 끝에 주 원내대표가 ‘참석 후 퇴장’으로 정리했다.
본회의 퇴장 이후 재개된 의총에서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양보할 건 양보하자”는 의견과 “밀리면 끝”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결국 통합당은 주말까지 박 의장과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을 보고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한 의원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강경론이 힘을 얻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심진용·김상범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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