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터뷰에서 진짜 윤미향을 보았다

정우상 정치부 차장 2020. 6. 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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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헌신했다는 운동가.. 3시간 고민 후 권력 품으로
/조선닷컴

총선 전인 3월 31일, 정치부 후배 기자가 "반미(反美) 운동했던 여당 비례대표 후보 딸이 미국 명문대를 다닌다"는 보고를 했다. "사실 확인해서 기사를 보내라"고 답했고, 네 문단의 짧은 기사를 인터넷에 띄웠다. 그땐 윤미향이 누군지, 그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어떻게 이용해 국회의원이 됐는지에 관심이 못 미쳤다. 당선이 예정됐던 예비 국회의원 검증을 제대로 못 한 게 후회스럽다. 이제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의 말과 행동은 모두 걸러진 채 노출되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그의 말과 행동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4월 3일, 그의 '통일뉴스' 인터뷰를 뒤늦게 읽었다. 진짜 윤미향이 거기 있었다.

딸 유학 문제를 다룬 기사를 두고 윤미향은 말했다. "시작은 일본 정부가 나를 예의주시한다는 기사였다. 일본 지인이 '조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제 딸 기사를 쓰고 경제 신문들이 똑같이 썼다. 경제 신문이 나선다면 일본 자금(資金)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이 나를 불편해하니 조선일보가 대행해주고 있다, 이렇게 연관지을 수밖에 없다."

경제 신문은 일본 돈으로 움직이고, 조선일보는 일본을 대행해서 기사를 썼다는 거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과대망상'이다. 밑도 끝도 없다. 문제가 터지면 해명 대신 "넌 친일파"라는 뻔한 '요술 방패'를 꺼낸다.

윤미향은 "정대협 선배들이 나를 추천했고 3시간 고민해 비례대표 제안을 수락했다"고 했다. 30년 헌신했다는 시민운동가에서 집권당 의원으로 이동하는 데 고민한 시간은 딱 3시간이었다. "이게 기회구나. 일본 정부에 강한 메시지가 되겠다." 그는 기회를 잡았고 이용수 할머니에게 사후 통보했다. 그는 "할머니와 함께 국회 간다 생각할게요. 할머니와 북한도 갈게요"라고 했고, 이 할머니는 "잘됐다, 잘됐다"며 반겼다는 것이 윤미향 주장이다. 이 할머니 말은 다르다. "미향씨 그럼 안 된다. 대구 한번 와라. 안 그러면 기자회견 하련다."

윤미향의 포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입성이었다. 그는 "일본 정치권, 시민사회를 너무 잘 안다. 한국 정부가 풀 수 없는 일 내가 풀 수 있다"고 했다. "30년 운동하며 안 다닌 나라가 없다. 국제 무대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성금과 국고 지원으로 우간다도 미국도, 일본도 갔을지 모른다. 나라면 우간다 갈 돈으로 할머니들에게 든든한 밥과 내복 챙겨 드렸을 거다.

그는 베테랑 외교관들도 힘들어하는 '다자(多者)외교'로 위안부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대북(對北) 문제에선 "금강산, 개성 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에 강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그는 "일본을 민주화시키겠다"며 "한국과 다른 세계가 일본의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옆 나라 '일본 민주화'보다는 금태섭의 공수처 반대를 징계하는 '정당 민주화'부터 하라는 말이 턱밑에 차올랐다. "진정한 참해방을 누리고 식민 책임을 청산하겠다"는 대목에서 '윤미향 월드'의 깊이가 가늠됐다.

윤미향은 "수많은 할머니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국회로"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 할머니는 "한·일 청소년들에게 미래지향적 교육을 하자"고 했다. 국회 외통위에서 "일본을 민주화하라" "참해방을 실현하자" 외치는 것은 할머니들이 아닌 윤미향의 꿈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도 국회 보좌관으로 갔으니 또 다른 꿈도 이뤄졌다. 이런 거 안 하는 게 '언론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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