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밀입국자는 왜 태안을 노렸나?..구멍숭숭 뚫린 서해

송애진 기자 2020. 6. 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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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가깝고 군 당국 감시도 허술..한국 취업 노리고 밀입국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충남 태안군 신진항 해경 전용부두에서 중국인 6명이 밀입국 하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보트를 감식하고 있다. 2020.5.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태안=뉴스1) 송애진 기자 = 충남 태안이 중국인 밀입국자들의 조직적인 밀입국 통로로 이용되고 있어 주민들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태안 해안은 지난 4월부터 무려 세 차례나 뚫였다. 전문가들조차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태안이 밀입국자들의 주요 경로가 된 배경은 세 가지로 추정된다.

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태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과 중국 바닷길이 막히면서 영해안 22㎞만 잘 피하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밀입국자들의 타깃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과 5월 중국을 출발해 충남 태안에 도착한 밀입국 소형선 2척을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군부대가 포착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합참은 "군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제반 경계나 감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 대비책을 마련해 면밀히 경계작전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부산 거리보다도 가까워…군 당국 감시도 '허술'

중국 산둥반도에서 태안까지는 직선으로 약 370㎞ 정도다. 거리로 따지면 서울과 부산 보다 가깝다.

군 당국의 허술한 감시도 한 몫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태안 해안에 밀입국한 소형 선박 2척에 대해 군 당국이 감지를 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군 당국은 레이더와 감시카메라 등으로 이들 선박을 수차례 탐지했음에도 이를 낚싯배나 레저용 보트로 판단하고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앞서 군과 해경에 따르면 지난 4월18일 오후 5시께 중국인 5명이 검은색 고무보트를 타고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을 출발해 17시간 만인 이튿날 19일 오전 10시께 태안 일리포 해안에 도착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9시께 또 다른 중국인 8명이 웨이하이에서 1.5톤급 레저 보트에 몸을 싣고 14시간여를 항해해 이튿날인 21일 오전 11시 23분께 태안 의항 방파제 갯바위에 하선했다. 불과 한 달 사이 13명이 서해안 통로를 이용해 밀입국한 것이다.

육군이 운용하는 해안레이더는 중국 산둥반도 위해항에서 출발해 오전 시간대에 태안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고무보트를 당일 6번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트는 지난달 21일 중국인 8명이 밀입국하는 데 사용된 것이다.

오전 8시45분부터 9시까지 15분 동안 레이더망에 포착됐지만 레이더 운용병은 당시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안감시카메라도 이후 오전 9시40분부터 11시 사이 모터보트를 4회 포착했다. 하지만 일반 레저용 보트로 판단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태안 의항 방파제 앞에서 군 열영상장비(TOD)가 밀입국 선박을 3회 포착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통상적인 낚싯배로 인식하고 역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밀입국한 보트가 지난달 21일 하루 동안 레이더, 감시카메라, TOD 등 군 감시장비를 통해 총 13회 포착됐음에도 군은 특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군은 레이더로 가장 먼저 3차례 포착했지만 역시 운용병이 인식하지 못했다. 해안감시카메라는 저장기간(30일) 만료로, TOD는 해당 시간대 영상녹화 기능 고장으로 당시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태안 일대 경비함정은 상시 대형 1척, 중형 1척, 소형 3척을 포함해 특수정 2척, 4개 파출소의 연안구조정 4척이 운영되고 있다.

태안해양경찰서는 4일 오전 8시 55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 마도 방파제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고무보트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태안해양경찰서 제공) 2020.6.4/뉴스1

◇양식물 절도 보트로 착각

양식물을 절도하는 보트가 많아 추적이 어렵다는 점도 원인 중에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선은 국가에서 등록을 하도록 돼 있어 관리를 하고 있지만 레저보트는 따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발견된 보트로 인해 태안해경 학암포파출소 개목 출장소에 게시된 안내문에는 "지난 4월 20일 의항해수욕장에 있던 모터보트(선외기)는 민원신고로 인해 학암파출소에 잠시 보관중"이라며 "고무보트 소유자 혹은 소유자를 아시는 분은 태안해경 학암포 파출소에 연락달라"고 안내됐다.

당시 보트는 낮에 발견이 됐고 국내 유통되지 않은 엔진과 주황색 보트에 엉성하게 검은색 페인트 칠이 돼 있어 충분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경찰에서는 밀입국이라 판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안해경은 야간에 보트를 이용한 양식장 절도범이 많고 주변 CCTV 분석 당시 보트가 입항이 아닌 출항준비를 하고 있었던 점과 지역 탐문조사, 군경 합동 조사 등 종합적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원면 파도리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지난 2018년 해산물을 도난당해 20ha에서 80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 이에 지난해에는 4억여원을 들여 태안 3곳에 레이더와 열영상카메라, 방송장비 등을 설치했을 정도로 양식물을 절도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드림'을 향해…

세 번째는 취업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밀입국은 중국에서 모집책이 채팅앱인 위챗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한 뒤 1인당 1만위안(한화 172만원)에서 1만5000위안(한화 260만원)을 받아 보트와 기름 등을 구입하고 한국에서 이들을 도와줄 조력자들과 연락해 팀별로 나서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인 밀입국자들은 과거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실제 전라남도의 한 양파 농장 등에 취업하기 위해 밀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태안해경은 지난 4월에 들어온 3명과 5월에 들어온 4명의 밀입국자 행방을 쫓고 있다.

thd21tpr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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