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면 '침묵' 트집잡을 땐 "군사합의 위반".. 北의 내로남불 [박수찬의 軍]
김 제1부부장은 남측을 향해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다”며 “표현의 자유요 하는 미명하에 방치한다면 남조선(남한)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거론했다.
북한은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며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통일전선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를 언급하면서 김 제1부부장이 대남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전단 관련 실무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혀 북한의 ‘남한 흔들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불리하면 침묵하고 트집잡을 땐 “군사합의 위반”
북한은 최근까지도 관영 매체를 동원해 우리 군의 훈련과 전력증강을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비난을 해왔다.
우리 군을 강하게 비난하는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옹호하거나 침묵했다. 지난달 3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우리측 감시초소(GP)에 14.5㎜ 고사총 4발을 쐈다. 명백한 군사합의 위반이지만,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와 우리 군의 협의 요청을 묵살했다.
북한의 태도를 종합해보면, 우리 군의 훈련이나 F35A 도입 같은 전력증강은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반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 발사는 자위적 차원의 훈련이며, GP 총격은 언급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면서 남한의 행위를 비판하는 북한의 ‘내로남불’ 시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지난달 8일 인민무력성 대변인 담화에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군사합의 주무부서인 국방부는 “군사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군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의 이같은 태도는 대북 전단 살포가 군사합의에 저촉되는 것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군사합의 제1조에 따르면, 남북은 지상과 해상 및 공중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서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군대인지 민간인지는 명확히 거론되지 않았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도 긴장과 충돌의 근원에 포함될 수 있다. 2014년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띄우자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 남북 간 총격전이 벌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군사합의를 처음 만들었을 때, 우리 군은 북한군이 기구를 이용해 군사분계선 이남을 정찰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자 비행금지 대상에 기구를 포함했다. 통일부가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언제든 군사합의를 흔들며 억지를 부릴 가능성이다. 우리측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비군사적 사안”이라고 설명해도, 북한이 이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원인으로 규정하고,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며 계속 문제를 삼을 수 있다.
군 당국은 물론 정부조차도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단기간 내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우리측을 오랜 기간 압박할 ‘만능열쇠’를 확보한 셈이다.
정부는 김 제1부부장 담화 직후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정부는 북한이 대북 전단을 비방하면 유감표시를 한 것과 달리 현 정부는 ‘북한 달래기’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리 군의 훈련과 전력증강을 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비난해온 상황에서 민간단체 대북 전단 살포까지 거론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중대한 문제다. 북한의 기조가 단기간 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공세에 맞설 전략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구사할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사합의의 이행에 필요한 동력은 소리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식 장소가 호텔?… 축의금만 보내요"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