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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정치'가 무기력했던 대구.. "상찬 대신 치열하게 과오 되짚어봐야"

김원진 기자 입력 2020.06.06. 15:22 수정 2020.06.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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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구참여연대 주최 토론회서 지적, 사회적 치유도 정치가 나서야

지난 5월 28일 밤 대구 중구 서성로 ‘공간 7549’에서 열린 ‘코로나 사태 대구사회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토론회 모습 / 김원진 기자

“일단 코로나19가 잠잠해졌으니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평가할 순 있다. 그렇다고 자화자찬만 할 건 아니지 않나. 코로나19 국면에서 발생한 대구 정치의 공백, 행정의 난맥상을 되짚어 다음 상황을 대비해야 할 국면이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5월 28일 밤 대구시 중구 ‘공간 7549’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대구시가 코로나19 방역 과정의 일부 긍정적인 모습만 부각한다는 비판이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4~5월 <중앙일보>·<동아일보> 등과 잇따라 인터뷰하며 대구의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비슷한 지적은 대구시의회에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진련 시의원은 지난 4월 29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대구시장의 언론 인터뷰가 너무 잦아 시민의 불안감만 부추긴다”고 말했다.

대구시 누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6월 4일 기준 6885명이다. 전체 확진자 1만1629명의 절반을 훌쩍 넘지만 지난 5월 확진자는 31명이었다. 하루 1명꼴이다.

‘메디시티’가 대응 동력?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을 되돌아보는 작업이 대구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5월에는 대구사회연구소 주최로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 변화를 전망하다’ 토론회가 세 차례 열렸다. 지난 5월 28일 토론회는 대구참여연대가 주최했다. 토론회 주제는 ‘코로나 사태, 대구사회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였다. 20평 남짓한 공간을 청중과 패널 30여 명이 찾았다. 토론회 참석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을 짚어봤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동은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구도 완전한 ‘인 코로나’ 상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반복해 언급하면 느슨해져 경각심을 잃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메디시티 대구’가 코로나19 방역에 큰 보탬이 됐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구 시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슬로건이 ‘메디시티 대구’다. 메디시티는 의료산업과 의료관광 인프라 구축이 핵심 목표다. 공공의료 영역인 감염병 예방과 메디시티의 존재는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구는 2009년 ‘메디시티 대구’를 선포했다. 대구시는 홈페이지에서 메디시티를 ‘병원서비스산업 육성발전, 의료산업과 융·복합, 첨단의료복합단지 성공정착으로 국가 의료발전과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하는 대구의료의 대명사’로 소개한다. 대구의 올해 의료관광객 유치 목표는 3만 명이었다.

대구시 측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이하 메대협) 산하에 의료질향상위원회와 의료서비스개선위원회가 있고, 대구지역 주요 병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어 코로나19 대응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권 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메디시티 대구의 인적·물적 자원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게 지난 1월 20일이었다. 대구에서는 2월 18일에 첫 환자가 나왔다. 메대협과 대구시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대구에 한 명밖에 없던 역학조사관을 미리 충원하고 병상을 확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민간병원인 대구 동산병원이 대구시의 요청에 따라 최대 병상 465개를 내놓는 등 민간의 협조가 있었기에 그나마 초기에 버텼던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타격은 큰데 지원은 느릿

그는 또 “코로나19 초기에 병상이 부족할 때 경증 환자들이 국가지정음압병실에 들어갔다. 선착순으로 환자를 입원시키다 보니 정작 중증 환자들의 입원은 늦어졌다. 입원을 기다리다 돌아가신 분만 3월 중순 기준으로 23%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공공의료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영남지역 몫의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추진한다. 중앙정부에서 예산 280억원가량을 지원한다. 유치 시 35개 음압병상을 만들 수 있다. 대구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 등이 사업에 지원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전문병원도 공공병원의 성격을 지닐 때 의미가 있지, 병원의 부속 센터처럼 운영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대구 경제를 흔들었다. 대구 경제 상황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좋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0년 1분기 지역경제 동향을 보면 대구의 소매판매(소비)는 -9.9% 감소했다. 제주(-14.8%)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다. 대구(-4.4%)는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 생산에서도 제주(-10.3%)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대구지역 카드 매출액은 전년 같은 달 대비 37% 감소했다. 17개 광역시·도 지자체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엄창옥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동차 부품·중간기계·섬유 등이 대구 주력산업인데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타격을 입었다”며 “코로나19가 대구에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력하게 시행됐고, 소비도 크게 위축됐다. 경제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지역 경제 지원에 선제적으로 나서기 수월하다. 중앙정부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지역 경제 사정도 속속들이 알기 때문이다. 대구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대구시가 대규모 코로나19 확산 이후 내놓은 지원금만 긴급생계자금·긴급복지 특별지원금·소상공인 생존자금 등 여섯 종류다.

지급과정과 지급기준에서 문제가 생겼다. 각종 지원금 지급은 더뎠고, 지급 조건은 까다로웠다. 전액 국비로 충당한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금(600억원) 지급이 다른 지자체보다 늦어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대구시는 행정상 이유로 긴급생계지원비를 지난 4월 15일 총선 이후 지급한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소속 시의원도 ‘늑장 행정’을 지적했다. 윤영애 시의원은 지난 4월 29일 본회의에서 “시장님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의 집행 지연 등은 못내 아쉽다”고 했다. 윤 의원은 “지난 3월 26일 국고보조금의 형태로 재난대책비가 교부되었지만, 집행계획은 4월 9일 확정됐다. 재난지역임을 감안해 다른 시·도보다 긴급생계자금 등을 빠르게 지급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확산된 코로나19를 수습하고 있는 대구 시내의 모습. / 김원진 기자

대구시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긴급생계자금 국비 2100억원과 시비 900억원을 확보했지만, 아직 150억원 넘게 지급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원금 지급기준이 보수적으로 잡힌 탓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6월 2일 성명을 내고 “대구시가 긴급생계자금 지원 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적용한 탓에 아직도 예산 150억원이 남았다. 시는 집행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대구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올해 1분기 대구 청년고용률(48.8%)은 17개 광역시도 중 최저다. 청년들에게 10만원짜리 상품권 주는 것 이외에 지자체가 내놓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지원도 금융지원 이외에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를 둘러싼 대구의 혼란이 정치의 공백에서 비롯됐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대구시의 더딘 의사결정이 이어졌고, 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

“비판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 관료주의 심화가 미흡한 코로나19 대처로 이어졌다”(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3~4년 전만 해도 지역 방송에서 지방행정을 비판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요샌 비판 목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적이 없는 민주주의의 전형이 된 것 같다”(엄창옥 교수) 등의 지적이 나왔다.

“대구 시민사회도 무력” 자평

채장수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면 책임지고 결정하는 것이 정치다. 코로나19 확산처럼 위기의 시간이야말로 정치의 시간이었는데 주요 의사결정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는 “대구시는 신천지 조사(3월), 대중교통·공공시설 마스크 착용 의무화(5월)를 행정령까지 동원하며 추진했지만, 정책 추진이 한 박자 늦었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집권당의 적이 없어서 정치세력 사이 경쟁과 성찰이 부족하다. 대구 내에서 견제 세력이 지속적으로 비판을 가했다면 대구시의 정책 결정도 한 발 더 빨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은 교수는 “감염병 방역은 90% 이상이 정치의 영역”이라며 “대구에 공공병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지만 지방정부에서 귀담아듣고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구 시민사회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무력했다는 자평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행정당국이 방역에 집중하느라 이동이 제한적인 노인·장애인 등에게 지원이 끊기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시민사회도 초기에는 체계적으로 지원에 나설 네트워크가 없었다”(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이사장), “위기 상황이 닥치니 시민사회도 긴급하게 제언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방의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도근환 대구 동구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구의 코로나19 확산 때 지방의회와 기초지자체는 터지는 상황을 막는 데 급급했다”고 했다. 그는 “소규모 지역 단위에선 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세밀한 시스템이 없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 이후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정치가 코로나19로 위축된 대구 시민을 위한 심리적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월 코로나19 초기 확산 국면에서 지역주의와 맞물려 대구 혐오가 촉발됐다. 대구 시민이 주변 시선에 움츠러들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엄창옥 교수는 “대구 시민의 심리적 위축감이 굉장히 크다. 자칫 대구 시민 사이 폐쇄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대구 산업 살리기만이 아니라 사회적 치유 문제도 정치가 나서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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