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학은 묵묵부답

박지원 2020. 6. 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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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등록금을 주고 이런 수준의 수업을 듣기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올해 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의 불만이 속출하며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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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85% 오프라인수업 아예 안해 / 학생들 "수백만원 내고 부실 강의" / 곧 종강인데도 대학 "계획 없다" / 교육부, 학비 일부 반환 추진에도 / 현행법상 대학 자율.. 환불 미지수 / 등록금 반환소송 1000여명 동참
“이 등록금을 주고 이런 수준의 수업을 듣기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올해 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 교육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의 불만이 속출하며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에 대학들은 묵묵부답으로 버티고 있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등록금 환불과 관련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린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재학생은 “음대 등록금 600만원에 학교 폐쇄로 따로 빌린 연습실 값 100만원, 부실한 레슨 수업에 추가로 든 레슨비 등 학교 시설이나 교육 서비스를 이용 못 하면서 들어간 부가 비용이 몇백만원”이라며 “등록금의 일부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도 “학교 측이 소규모 토론 수업 운영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거라고 했는데, 온라인 강의로 소규모 토론은 진행도 안 됐고 질 낮은 녹화강의나 들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15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대학은 전체 4년제 대학 193개교 중 80개교(41.5%)에 달했다. 코로나19 안정 시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학교도 85개교(44%)였다. 사실상 학생들이 이번 학기 학교 시설과 오프라인 수업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한 학교가 85%가 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대학 재학생들은 등록금을 환불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 4월 국내 203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2만17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지난 4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과 논의해 등록금 일부 환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통합당도 지난 1일 대학 등록금 환불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 패키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실제 등록금 환불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고등교육법상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겨진 사항이고, 학교별·단과별 환불 정도 등 가이드라인 마련도 쉽지 않은 탓이다.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한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종강이 다가오는데도 구체적인 환불 소식이 들리지 않자 일부 학생들은 집단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전대넷 등이 소속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지난달 18일부터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 모집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이달 중순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한 후 6월 말이나 7월 초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등록금반환소송의 소송인단으로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하주희 변호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대학들이 예상한 상황은 아니지만, 다른 교육기관들과 달리 대학만 시설이용비, 실험실습비 등 불용액(쓰지 않은 비용)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형평에 어긋난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규칙에는 환불 관련 규정이 없는데 이 같은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노력을 소송과 병행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등록금 환불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도 정작 대학들은 ‘구체적인 환불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 관계자는 이날 “등록금 환불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학교 측도 잘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불 계획은 없다”며 “대신 동문 등을 대상으로 모금을 해 이를 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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