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의 방역 효과, 예상보다 더 좋았다
감염자와 거리 2m 이상으로 벌리고
마스크 등 개인 장비 착용 병행 땐
감염 가능성 65~80% 떨어져
[경향신문]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수십명대로 늘고 있는 가운데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 비상이 걸렸다. 이태원 클럽과 물류센터, 소규모 교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올해 초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비롯된 것과 같은 걷잡을 수 없는 확산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방역당국은 긴장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위협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 수칙을 지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노력이 코로나19를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최근 과학계에서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나왔다.
캐나다 맥매스터대 연구진은 지난 1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개인방역 수칙과 장비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뢰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를 중심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포함한 44건의 연구 결과를 재분석해 이뤄졌으며, 대상 인원은 모두 2만5697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세계 방역당국이 강조하는 개인방역 수칙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보였다. 물리적 거리 두기의 경우 감염자와의 거리가 1m 이하일 때에는 감염 가능성이 12.8%에 달했다. 하지만 2m로 거리를 벌리자 수치가 2.6%로 뚝 떨어졌다. 입에서 튀는 비말, 즉 침방울의 사정거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 간 거리를 두세 걸음만 더 벌려도 코로나19 예방효과가 매우 높아진다는 얘기다.
마스크 착용의 효과도 기대 이상이다. 이번 연구에선 한국의 ‘KF94’와 유사한 ‘N95’ 마스크와 함께 수술용 마스크 등을 조사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에는 감염 가능성이 17.4%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자 3.1%로 하락했다. 논문은 수술용 마스크보다 N95마스크가 코로나19를 방어하는 효과가 더 크다면서도 의료 종사자에게 돌아가야 할 마스크 물량을 부족하게 할 정도의 대량 소비는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선 국내에서는 일반인의 보호장비로는 제시되지 않는 보안경과 얼굴 가리개, 고글에 대한 방호 효과도 분석했다. 코로나19의 또 다른 감염 통로로 인식되는 ‘눈’을 가리는 장비들이다. 분석 결과 이런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감염 가능성이 16%, 착용했을 때에는 5.5%로 낮아졌다.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개인방역 수칙과 장비 착용을 실천했을 경우 감염 가능성이 대략 65~80% 이상 떨어지는 셈이다. 연구팀을 이끈 데릭 추 맥매스터대 의대 교수는 라이브사이언스 등 미국 언론에 “손 씻기와 같은 기본적인 위생 조치들 역시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에 대비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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