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으려 땅 파보니..비닐 · 고무 · 시멘트 '수두룩'
<앵커>
한 사업자가 조경사업을 하려고 땅을 샀는데 물이 잘 안 빠져서 땅을 파보니 고무, 시멘트 같은 건설폐기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10년 전에 KTX 선로 공사를 했던 한 하청업체가 공장을 여기에 설치하고, 철거할 때 그대로 땅에 묻어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울산 울주군의 한 농지입니다. 지난 2월 이 땅을 매입해 조경사업을 하려던 정 모 씨는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땅을 파보니 비닐과 고무는 물론 폐자재 같은 건설폐기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이 땅의 넓이는 6천㎡ 가까이 됩니다.
지금 일부 파헤쳤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만 폐콘크리트나 시멘트가 5t가량, 폐암석까지 합하면 50~60t가량으로 추정됩니다.
문제가 된 땅은 지난 2006년부터 4년 동안 KTX 선로 관련 공사를 한 하청업체가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공장 부지로 빌려 썼는데, 당시 공사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로 울주군은 추정했습니다.
[정 모 씨/땅 주인 : 보다시피 이제 농사도 못 짓고… 이래서는 저희가 아무런 작물을 심을 수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
정 씨는 해당 하청업체를 찾아 따지려 했지만, 업체는 이미 4년 전 도산해버렸고 원청업체는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원청업체 관계자 : 계약할 때 원래 그 업체가 모든 걸 하게끔 돼 있어요. 이거는 저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이 상황에서.]
이 땅에 공장을 허가해주고 이후 제대로 원상복구했다고 확인까지 해준 울주군 역시 책임질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울주군청 관계자 : 예전 부지처럼 잘 평탄화가 돼 있고 그러면 저희는 준공이 된 것이거든요. 그런데 뭐가 묻혀 있는지까지 저희가 확인을 못 합니다.]
울주군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를 하고 있지만 10년 전 벌어진 불법매립 책임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이런 것을 매립해 놓고 원상복구했다고 나 몰라라 하면 우리 농사짓는 사람은….]
(영상편집 : 박지인, VJ : 김종갑)
민경호 기자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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