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시간' 녹음파일 단독 입수..간첩 조작의 진실은

남효정 2020. 6. 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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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 검찰이 최근 이 사건 담당 검사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했는데요.

국정원의 조작에 동조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열 시간 분량의 유우성 씨 첫 재판 육성 녹음을 입수해서 분석해 봤더니, 수상한 점이 여기 저기서 발견됩니다.

유우성씨가 무죄를 선고 받은 이 재판, 당시 검사들은 '간첩 유우성'이 조작이란 걸 정말 몰랐을까요?

먼저, 남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012년 11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

화교이면서 탈북자였던 유가려 씨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던 친오빠 유우성씨를 탈북자 명단을 빼돌린 첩자라고 진술하면서 사건은 시작됐습니다.

훗날 고문과 조작이 드러나 1,2,3심에서 모두 간첩 혐의가 무죄로 밝혀진, 바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입니다.

일반적인 공안사건과 달리 국정원 합동신문센터가 있다는 이유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증인 심문.

2013년 3월 4일 검찰 측 신문이 시작되자 이시원 검사가 140개의 질문을 쏟아냅니다.

이시원 검사: (북한 보위부에) 보고했어요? 유가려: 네 이시원 검사: 반탐부부장은 오빠 유우성에게 탈북자 신원 정보 자료를 받아오라 이렇게 지시하던가요? 유가려: 네

유가려 씨의 대답은 대부분 "네"라는 단답형이었습니다.

이시원 검사: 끝까지 조선사람이라고 얘기해라 이렇게 이야기하던가요 오빠가? 유가려: (울음) 네.

[장경욱 변호사] "지금 증인이 얘기하는 ‘예’라는 거는 각본에 짜여서 예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다시 돌아가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오는) 그런 울음 섞인 '예'입니다"

2시간 뒤 시작된 변호인 반대신문.

유우성씨는 2012년 1월 설 명절에 북한 회령에 가서 보위부를 직접 접촉했다는 동생의 증언을 반박할 증거를 내밉니다.

2012년 1월 22일 날짜가 박혀있는 중국 연길에서 찍은 가족사진입니다.

유우성: 너하고 아버지랑 같이 설을 쇠려고 (중국에) 들어갔는데 그때 가족사진도 있어. 가족 사진 (연길) 집 근처에서 찍었는데 그 사진은 누구야 그 사진에 나온건 누구냐고? 그 사진은 귀신이 찍은거야? 유가려: ...(울음)

또 2012년 10월, '북한 보위부의 지령에 따라 유가려와 유우성 둘이서만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서 한국에 왔다'는 진술을 반박할 사진도 제시합니다.

유우성: 여기 증거 있는데요. 증거 사진 혹시 동생이 볼 수가 있어요? 2012년 (10월) 23일 날부터 오빠랑 같이 이동하면서 아버지 세 명이서 같이 이동하면서 찍은 사진은 무슨 사진이야? 유가려: ...(울음) 유우성: 이런 거짓말

유가려 씨는 말문이 막혀 울음만 터뜨립니다.

그때마다 검사가 끼어듭니다.

이시원 검사: 변호인이 (사전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입니다. 지금 여기서 (유가려에게) 보여주면 안 되죠. 원본 진정성이 없는 증거인데. '믿을 만한 거다'라는 걸 입증을 해주셔야 되는 거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물증을 제시해도 검찰은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유가려씨는 법정에 나올 때까지 오빠가 구속됐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양승봉 변호사: (오빠) 구치소에 갇혀있습니다. 유가려: 교도소에 갇혀있다고요? 양승봉 변호사: 갇혀 있어요. 오빠 지금. 유가려: 며칠 동안 갇혀 있었습니까? 양승봉 변: 오빠가 갇혀있는 걸 모르고 계셨습니까? 유가려: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에 협조하면, 오빠와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을 거라 들었다고 말합니다.

유가려: 오빠하고 같이 살 수 있다고 여기에서 같이 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판사: 한국에서 살 수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중국에 가서 살 수 있다는 겁니까? 유가려: 한국에서 살 수 있다고

변호인들이 그건 거짓말이라고 알려주자, 이번에도 검사가 직접 나서 반박합니다.

천낙붕 변호사: 한국에서 살 수 있다 이렇게 말했다? 그거 거짓말인 거 아세요 지금? 이시원 검사: 어 그 부분은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낙붕 변호사: 한국 법에 의하면 가려 씨나 오빠나 한국에서 살 수 없이 절대로 추방돼야 된다 이시원 검사: 그것도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그러면서 계속 한국에서 보호할 것처럼 회유성 발언까지 합니다.

이시원 검사: 우리 증인이 이런 모든 내용을 얘기하고 중국으로 가면 생명을 보존할 수 있을지… 어떻게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보호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보다못한 변호인이 문제 제기를 합니다.

장경욱 변호사: 사건 조작하시려고 하니까 힘드시죠? 이시원 검사: 법정에서 예의는 좀 지켜주십시오.

[장경욱/당시 유우성 변호인] "사사건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검사가 제지를 하거나 교묘한 언사로써 유가려의 허위진술을 계속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간첩사건 조작하는 데 (검사가) 주동이 되어가지고‥"

오전 9시에 시작한 첫 증인심문은 자정 무렵에야 끝이 났습니다.

검사는 유가려 씨가 거짓 진술을 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마다, "오빠와 변호인이 무서워서 그런다"고 주장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윤병순 / 영상편집: 신재란)

남효정 기자 (hjh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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