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여정 '폐쇄 엄포' 현실화 우려에도..묘수 없는 정부

이주영 기자 2020. 6. 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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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연락사무소 한때 '불통'..개소 이후 처음
북측 뒤늦게 오후에 응답..'폐쇄 가능성' 관측 긴장감
경제난 북 강경 일변도..정부 "신중하게 상황 계속 주시"

[경향신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앞줄 왼쪽)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13차 정치국 회의에 참석해 필기를 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8일 오전 남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화 연결에 불응하다 오후에는 전화를 받는 등 남북 간 연락 채널 유지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연락사무소 폐쇄를 경고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이 언제든 소통을 단절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남측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연락 단절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를 통한 남측의 통화 연결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연락사무소는 특별한 현안이 없어도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정례적으로 업무 개시·마감 통화를 해왔다. 북측이 연락사무소의 통화 연결에 불응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오후에는 연락사무소를 통한 남북 연락 협의가 평소대로 진행됐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우리 측 연락관은 오전 불통 상황에 대해 북측에 문의했지만 북측은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냉·온탕식’ 대응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해 3월 연락사무소 인력을 철수했다가 복귀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북한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만 통보한 뒤 철수했다가 나흘 만에 복귀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복귀하면서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대남 기조를 놓고 북한 내부에서 정리가 안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북측이 오전 통화에 불응한 것은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남측 정부가 계속 방치할 경우 남북연락사무소를 폐쇄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의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후 통화에 응한 것을 보면 연락사무소 통화 기능을 둘러싸고 북한 내부에서 다른 의견이 제기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남북 간 군 통신선은 오전, 오후 모두 정상 가동됐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돼 그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는 남북 인원이 한 건물에 상주하며 24시간 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큰 의미를 두는 부분이다. 연락사무소 폐쇄는 북측 입장에선 남측이 가장 뼈아파하는 부분이자 자신들의 경고를 행동으로 옮기기에도, 또 원상복귀시키기에도 가장 손쉬운 조치인 셈이다.

북측이 일단 통화에 다시 응하긴 했지만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9일 오전 통화에 북측이 또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은 말 한마디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북측의 대남 강경 기조가 본질적으로 제재 및 코로나19 장기화, 미·중 갈등, 미국 대선 국면 속에 장기적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데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만큼 당분간 남북관계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지금도 경제 상황이 안 좋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더 부정적이라는 게 북한의 고민일 것”이라며 “남측에는 강경하게 나오면서 중국에 손을 벌리겠다는 의도로 장기전을 각오한 것 같다”고 짚었다.

북한은 이날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며 여론몰이를 이어갔다. 노동신문은 “최고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 행위는 총포사격 도발보다 더 엄중한 최대 최악의 도발”이라고 했다. 신문은 7일 개성에서 남측 당국과 탈북민들을 규탄하는 항의군중집회가 열린 소식도 사진과 함께 전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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