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거리 두기..모호한 메시지에 시민들 '생활'에 방점

이혜인·박채영 기자 2020. 6.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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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거리" 호소하면서 다른 수준 브리핑으로 '혼선'
개학 등도 일상 독려로 비쳐.."지침 명확하게 내려야"

[경향신문]

선별진료소 찾은 외국인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8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롯데월드 관계자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수도권 소모임 등을 중심으로 하루 평균 약 40명 발생하면서, 정부는 “ ‘거리 두기’만이 환자수 증가를 막을 수 있다”며 외출과 모임 자제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 두기는 이전만큼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초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이후 등교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일상생활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재개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최근 2주간(5월24일~6월6일) 일일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9.6명이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수도권에 한해 물리적 거리 두기에 준하는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확산세가 좀처럼 줄고 있지 않은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의 외출 및 외부시설 이용도 크게 줄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위치 이동 기록, 신용카드 매출 정보, 대중교통 이용량 등을 토대로 강화된 방역조치 시행 첫 주말(5월30~31일) 수도권 주민 이동량을 보면, 직전 주말(5월23~24일) 대비 약 99% 수준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유흥시설·학원·PC방 등의 운영을 제한하고 약속과 모임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며 “수도권 주민들은 지금 잡은 약속과 모임이 당장 해야 하는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취소 또는 연기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연일 거리 두기를 요청하는데도, 왜 교회와 탁구장 등 생활공간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를까.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정부의 중심 메시지는 ‘생활 속’ 거리 두기”라며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이후 등교도 하고, 재난지원금 등도 주니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독려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체계 전환 이후 브리핑에서도 정부가 요구하는 거리 두기가 어느 수준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난 7일 중대본은 “방역적 조치, 의료진 등은 아직은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대응 가능한 수준” “학교 내 방역 잘돼 지역사회 감염은 학교로는 전파 안 됐다” 등이라고 했다. 확산 위험이 높아졌다면서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애매한 입장이다.

기 교수는 “이대로 일상적인 모임이 계속되면 유흥시설에서 집단감염이 터져 집합금지명령으로 막더라도 다른 곳에서 감염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고 최소한 한 달가량은 모임을 모두 미루라는 말을 분명하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대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려면 더 주시하면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국민 생활이나 서민층의 삶, 경제활동 등이 영향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확산과 주춤을 반복하는 상황이 되면서 구조적 뒷받침 없이는 완벽한 거리두기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 교수는 “물리적 거리 두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실천이 가능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래방을 닫으라고 하면, 개인이 노래방을 안 갈 수는 있지만 노래방 주인은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거리 두기 실천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완할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박채영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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