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克韓' 다짐하는 中 조선업계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2020. 6. 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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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베이징 특파원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경쟁에서 현대·대우·삼성 등 한국 조선 3사가 100척을 수주했다. 23조원대 계약을 놓고 마지막까지 한국과 경쟁했던 곳이 중국 후둥중화조선이다. 후둥중화는 중국 최대 국영 선박회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자회사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LNG 운반선을 만드는 회사다. 한국보다 앞서 4월 22일 카타르와 LNG 운반선 16척을 만드는 계약을 3조4000억원에 체결했다. 1차전 승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계약 금액이 6배나 더 많은 2차전에서는 한국 업체들에 참패했다.

한국 언론들은 세계 LNG 운반선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우리 기업들의 압도적 기술력을 칭찬했다. 1차전에서 후둥중화가 승리한 것은 "싼 가격과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 LNG 1위 수입국인 중국을 카타르 정부가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한국의 승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궁금했다. 이를 갈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기사마다 등장하는 단어는 '축록(逐鹿)'이었다. 원래는 '사슴을 쫓는다'는 말이지만 지배권을 다투기 위해 경쟁한다는 뜻이다. 한 기사는 '중·한 기업 LNG 운반선 시장 축록'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LNG 운반선 제작 기술뿐만이 아니다"라며 "관련 부품 분야에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기사는 "한국과의 축록중동(중동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일대일로(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은 이미 시작됐다. 후둥중화는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 LNG선 제작에 나섰다. 2021년에는 현재 황푸강변에 있는 오래된 조선소를 창싱다오로 확장 이전한다. 후둥중화는 앞으로 있을 모잠비크, 러시아 LNG 운반선 수주를 놓고도 한국 조선 3사와 경쟁할 전망이다. 후둥중화의 모회사인 중국선박공업 레이판페이 회장은 "이젠 추격자에서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에선 몇 년 안에 LNG 운반선을 만드는 제2, 제3의 후둥중화가 문을 연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주로 컨테이너선을 만들던 장쑤양쯔강조선그룹은 지난해 일본 미쓰이그룹 계열사와 함께 장쑤양쯔미쓰이조선을 세웠다. 2022년 중형 LNG 운반선부터 만드는 게 목표다. 중국 선박공업집단도 작년에 산하 6개 기업·연구소를 동원해 초대형 LNG선 설계·개발을 시작했다.

청와대는 우리 기업의 카타르 LNG 운반선 수주가 발표되자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최고라는 사실을 입증해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펼친 경제 외교의 결실"이라는 논평을 냈다. 중국 기업들은 극한(克韓)을 다짐하고 있다. 손뼉만 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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