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공룡보다 오래 버틴 철갑상어가 중국서 멸종 돼버린 사연

강민수 입력 2020. 6. 9. 14:05 수정 2020. 6.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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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물'이라는 희귀종 '주걱철갑상어'의 멸종 선언!

코로나19 사태에 묻혔지만 올해 초 중국에서 충격적인 선언이 있었다. 공룡시대부터 지금까지 생존해온 담수어 가운데 가장 큰 어류인 '바이쉰(白鲟)', 주둥이가 긴 주걱같이 생긴 이른바 '주걱철갑상어'의 멸종 선언이었다. 중국은 주걱철갑상어를 '중국의 보물'이라 불러왔다. 자이언트 판다와 함께 중국의 최상위 보전 대상인데, 이게 멸종됐다. 무려 1억 5천만 년 이상을 생존해왔던 주걱철갑상어는 왜, 어떻게, 하필이면 지금 이때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일까?


마지막 포획...29일 만의 죽음

18년 전이었다. 2002년 12월 11일, 중국 난징의 장강(양쯔강) 지류에서 길이 3m짜리 주걱철갑상어가 잡혔다. 거의 십 년 만에 멸종 위기종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중국의 최고 생물학자들이 모였다. 화난 농업대 교수이자 중국 농업부 민물생물다양화 보호 실험실 주임인 웨이치웨이(危起偉) 박사를 위시한 7명의 전문가팀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주걱철갑상어는 부상이 워낙 심해 29일 만에 죽어버렸다. 당시 웨이치웨이 박사는 너무도 절망해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기적이 일어났지만..."그것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2003년 1월 24일, 장강의 상류 쓰촨 이빈시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 부부의 그물에 뭔가 묵직한 것이 걸렸다. 난징에서 발견된 주걱철갑상어가 죽은 지 열흘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어부 류윈화 씨가 한 말이다. "너무 무거웠어요. 고기가 얼마나 힘이 센지 강 중심으로 나룻배를 끌고 갔어요. 그물을 끌어 올리다가 커다랗고 긴 코를 봤어요. 설마 했는데 진짜 주걱철갑상어였어요. 아내가 배를 몰고, 제가 바로 전화번호부를 찾아 어업부 공무원에게 전화를 했죠." 류윈화 씨는 신고 포상금으로 3천 위안을 받았다. 우리 돈으로 50만 원 정도인데, 당시 중국 물가를 고려하면 꽤 큰 액수였다.

웨이치웨이 박사 등 전문가팀이 엄청난 기대를 안고 다시 쓰촨 성에 모였다. 주걱철갑상어를 30km 떨어진 연구소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8명의 어부가 번갈아가며 물을 쏟아부었을 정도로 공을 들였고, 이 주걱철갑상어는 다행히 건강한 상태였다. 길이 5m짜리 암컷이었다. 전문가들은 흥분했다. 주걱철갑상어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장강에 다시 놓아주면 다른 수컷 주걱철갑상어까지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산란지를 찾을 수 있다는 욕심도 생겼다.

2003년 설 연휴, 초음파 위치 추적기를 주걱철갑상어의 지느러미에 매단 뒤 장강에 풀어주었다. 그리고 전문가팀은 신호를 확인하며 주걱철갑상어를 따라갔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배가 고장이 났다. 주걱철갑상어는 멀어져갔고, 신호도 끊겼다. 기적이 참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저우리양 쓰촨 이빈 희귀 수생동물연구소 소장은 특파원에게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하필이면 배가 고장 난 게 설 연휴였어요. 배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다 고향으로 가고 없었어요. 며칠 뒤 배를 고치고 신호를 찾아 나섰지만 이미 늦었죠. 그렇게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죠.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어요."


거저우댐과 샨샤댐...인간의 욕심이 부른 멸종

주걱철갑상어만이 아니다. 장강에 살던 중화 철갑상어와 장강 철갑상어도 멸종 위기 상태다. 장강 물줄기를 토막토막 낸 댐 건설이 원흉이다. 1981년 건설된 거저우 댐은 바다와 장강을 오가는 회귀성 어종인 철갑상어를 고립시켰다. 장강 상류의 철갑상어는 바다로 갈 수 없었고, 장강 하류의 철갑상어는 상류의 산란지까지 갈 수가 없게 됐다. 특히 2006년 세계 최대 용량 수력발전소 싼샤댐까지 생기면서 야생 철갑상어 개체 수는 급감했다.

야생 철갑상어의 산란지로 유명한 쓰촨성 이빈시의 금사강(金沙江)을 직접 찾아가 봤다. 마을 이름 자체가 물고기 잡는 마을(大漁村)이다. 올해 일흔이 된 어부 리페이푸 씨는 1978년까지 엄청나게 많은 철갑상어가 금사강에 몰려왔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매년 2, 3월쯤에 철갑상어들이 바다에서 여기로 돌아왔어요. 큰 바위 3개 바로 아래가 알을 낳는 곳이에요. 힘이 워낙 좋아서 무게가 천근(500㎏)이나 되는 철갑상어가 물 위로 1m 정도를 뛰어오르는 것도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1980년이 되면서 철갑상어가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아마 댐이 생긴 뒤였던 것 같아요. 1982년부터는 철갑상어잡이가 아예 금지됐고요."


철갑상어도, 돌고래도, 상괭이도...장강이 보내는 경고

세계에서 3번째로 긴 강이며, 중국 대륙 중앙을 관통하는 이름 그대로의 장강(長江)은 중국 생태의 보고이다. 하지만 수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돌고래는 이미 2007년부터 보이지 않다가 2015년 멸종 선언이 됐고, 양쯔강 악어와 상괭이도 멸종 위기 목록에 올랐다. 주걱철갑상어는 올해 멸종 선언됐고, 중화 철갑상어와 장강 철갑상어도 멸종 위기다. 중국 정부가 뒤늦게 올해부터 10년 동안 장강에서의 일체의 고기잡이를 전면 금지한다며 극약 처방을 내놨지만 늦은 감이 있다.

장강 생태계의 꼭대기에 위치한 여러 종이 해마다 한둘씩 사라지고 있는 것은 환경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음이다. 공룡보다도 오래 살아남은 철갑상어가 하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멸종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강민수 기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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