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쇠사슬 묶이기도"..'밥 한 끼' 손길 붙잡은 소녀

정반석 기자 2020. 6.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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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대를 견디다 못해서 집 밖으로 도망쳤던 아이를 처음 도와준 사람은 한 여성이었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편의점에 데려가서 먹을 것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도와달라는 한마디도 처음에는 쉽게 꺼내지 못한다는데, 따뜻하게 다가와 준 그 여성에게 아이는 그동안 자기가 집에서 겪었던 일들을 다 털어놨습니다.

정반석 기자가 아이를 도와줬던 그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5시쯤 경남 창녕군 빌라 앞.

아버지를 만나러 차를 몰고 가던 송 모 씨의 시야에 맨발로 걷던 여자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아이가)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괜찮아요, 했거든요. 근데 신발 왜 안 신었니, 하니까 그때 대답을 자연스럽게 못 하는 거죠.]

차에 내려 살핀 아이는 온몸이 상처와 멍투성이였습니다.

또래의 자녀를 가진 엄마로서 그냥 보낼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차에 태워 근처 편의점에 데려가 가장 먼저 도시락과 과자를 사서 먹였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하루에 한 끼 겨우 먹고, 애도 진짜 말랐어요. '밥이 너무 먹고 싶어요', 그랬거든요.]

그리고 소독약 등을 구입해 상처 부위를 치료해주자 아이는 마음을 열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파이프로 맞고 쇠사슬에 묶이는 등 고문 수준의 학대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욕조에 물을 받아서 머리를 담가서 숨쉬기 힘들어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도….]

송 씨가 들은 아이 손가락의 데인 상처는 의붓아버지 주장과는 달랐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아버지가 왜 지졌어, 제가 물어봤거든요. 가족이 될 기회를 주겠다, 그래서 지문을 없애라는… 말이 되나요?]

송 씨는 아이를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 곁을 지켰습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한 번 심하게 맞은 게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심하게 맞은 상처. 옷 위로 곪은 그런 자국들이 올라와 있고. 팔이 단단했어요. 심하게 맞으면 이렇게 단단하게 붓는대요.]

그냥 지나쳤다면 아직도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그저 어른이라는 것이 미안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피해 아동 구조자 : 어른으로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아무리 부모지만 아이가 잘못했다고 그러는 건 아니죠. 아무리 그래도. 어떠한 상황이라도.]

(영상취재 : 정경문·이용한,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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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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