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잘려나간 삼나무..'보존과 개발' 사이 갈등

정원석 기자 2020. 6. 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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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는 제주도로 가보겠습니다. 제주 비자림로의 삼나무들이 수백 그루씩 잘려 나가는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요. 개발할 거냐, 지켜낼 거냐 해마다 반복되는 갈등입니다.

정원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제주 1112번 지방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는 제주 비자림로입니다.

양쪽으로 들어서 있는 삼나무 숲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인데요.

뒤쪽을 한 번 볼까요?

한쪽에 삼나무가 모두 잘려 나가서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300여 그루의 삼나무들이 잘려 나갔습니다.

지난 달 27일 하루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나이테와 나무의 크기를 봤을 때, 30년에서 50년은 된 나무들입니다.

[이재원/관광객 : 무조건 저렇게 잘라놓으니까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도 들어요.]

현재는 시민 단체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난 2018년 시작된 비자림 벌목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2년 전 확장 공사가 처음 시작될 당시 삼나무들을 베어냈던 비자림로 구간입니다.

당초 계획은 3km에 달하는 구간을 확장하겠다는 거였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쳐 이처럼 300m 정도를 베어내는 데 그쳤는데요.

당시 영상과 비교를 해보면 황량해졌던 벌판에는 수풀이 어느새 자라나 초록빛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엔 여전히 잘려 나가고 남은 삼나무 밑동과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는 상황인데요.

이 확장공사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묘목 100여 그루를 심어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경 단체들은 비자림로의 벌목이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김순애/제주녹색당 사무처장 : 강행하는 걸 보면 계속 그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제 2공항이라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여기가(비자림로) 시작되면 사실 그다음에 금백조로를 넓히는 거에 대한 여론은 훨씬 쉽게 받을 수 있거든요.]

반면 확장공사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주민 : 성산공항(제2공항) 때문에 길이 필요한 거 같은데 그거 때문에 경제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제주도의 경제 발전을 위해선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제주도 개발을 둘러싼 논란에선 동물테마파크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 사업지는 2007년부터 조랑말 체험장 등으로 개발이 추진됐지만, 좌초됐습니다.

그러다 4년 전 한 대기업이 다시 테마파크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이 2년 전 람사르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민오름의 중간에 사업지가 있다 보니, 환경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이렇게 바위가 많은 지형에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제주도 특유의 원시림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지역을 곶자왈이라고 부르는데요.

곶자왈 주변이 개발이 될 경우에 주민들은 이곳 생태계가 훼손되고 이런 지하수는 오염되지는 않을까 걱정합니다.

[이진희/주민 : 자체적으로 중수 처리해서 하수를 처리하겠다고… 개인사업자가 그렇게 하수 처리를 한다는 것을 주민들은 믿을 수가 없잖아요.]

사업자 측은 철저한 하수 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주변에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멸종위기 동물들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상영/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 : 여기 옆에도 곶자왈인데 다 팔아먹어서 골프장 들어왔고요. 지금 이거랑 민오름 여기마저 이렇게 만들어서 파려고 하니까 주민들도 받아들일 수 없고…]

제주영어국제도시의 주택가와 학원들은 제주곶자왈도립공원과 붙어 있습니다.

곶자왈 위에 영어 도시가 건설됐고, 그 이후 남은 부분이 뒤늦게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겁니다.

[김은자/제주곶자왈도립공원 관리소장 : 대부분 사람은 여기 남아 있는 공원만 곶자왈이라 생각하고 나머지 부분은 곶자왈이란 생각을 거의 못 하죠. 제가 (국제학교) 아이들한테 하는 말이 '너희 학교가 들어가 있는, 또 집이 있는 그 도시가 다 곶자왈이었던 곳이다…']

최근 제주도에선 환경보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 도의회가 서귀포시의 송악산 일대 개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 제주의 곶자왈은 개발 이전엔 전체 면적이 100㎢에 달했지만, 지금까지 3분의 1 이상 훼손됐다고 합니다.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데요.

비자림의 나무 자르는 일이나 빈 땅 개발은 오죽할까요?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개발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화면제공 : 제주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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