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죗값 정확히 계산하겠다".. 단계적 대남 압박조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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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대남 비방을 이어오던 북한이 결국 기존의 대남 사업을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9일 공식 선언했다.
김여정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4일), 통일전선부에 '연락사무소 결단코 철폐 지시'(5일), 연락사무소 연락 일시 중지(8일)에 이어 9일 '대적 사업' 전환까지 김여정이 이끌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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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일 군중집회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의 농근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이 8일 남한을 규탄하는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이 사진을 ‘동족 대결에 환장이 된 인간쓰레기들을 이 땅에서 영영 쓸어버리자’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
○ 北, ‘대적 사업’ 첫 언급
‘대남 총괄’로 명명된 김여정이 일련의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신속, 강력하게 이끌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김여정의 대북전단 비난 담화(4일), 통일전선부에 ‘연락사무소 결단코 철폐 지시’(5일), 연락사무소 연락 일시 중지(8일)에 이어 9일 ‘대적 사업’ 전환까지 김여정이 이끌고 있다는 것. 김여정이 대북전단과 관련해 ‘죗값 계산’을 강조한 지 3시간 만에 북한은 연락사무소, 군 통신선 등을 끊었다.
앞서 북한의 대북전단 압박이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우회 제스처라는 해석도 일각에선 나왔지만 당국은 그 가능성을 점차 낮게 보고 있다. 노동신문은 ‘대적 사업’ 전환 내용을 전하며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 대화나 대북 제재와 큰 상관이 없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마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미 관계 교착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탈북자 단체가 지난달 31일 전단 살포에 나서자 남북 관계에 대해 ‘대적 사업’이라는 새 용어를 꺼내들고 앙갚음에 나섰다는 것이다.
○ 김영철 재기하며 김여정과 강경 노선 강화할 듯
앞서 북―미 정상 간 두 차례 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위상이 추락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대남 사업 복귀를 공식화했다. 김영철은 8일 대남사업회의에 참석했고, 북한 매체는 공식 당 서열이 높은 김영철을 김여정보다 먼저 소개했다. 김영철은 지난해 10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명의로 담화를 내 대미 비난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확인했는데, 이번엔 대남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는 게 나타난 것. 정부 당국자는 “김영철이 당 부위원장에 있으며 대남 사업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여정―김영철 ‘대남 투 톱’이 통일전선부장 장금철 위에서 최근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단절을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행동”이라고 위협했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 연락사무소 폐쇄를 주장하며 개성 사무소에 있는 우리 집기를 가져가라고 하든가, 금강산 관광 지구 내 우리 시설 철거 등을 재차 주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5일 전후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예정된 만큼 북한이 무력 경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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