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세금만 내나"..與 '전월세 무한 연장법'에 엇갈린 시선

백지수 기자 입력 2020. 6.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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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김창현 기자

여권이 현행 2년인 주택 전·월세 계약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법안을 9일 발의했다. 시장에서는 '전월세 무한 연장법'이라며 재산권을 침해하고 "오히려 주택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 외에도 민주당 의원 20명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21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입자의 계속거주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는 취지"라고 개정안을 설명했다. 현행 최대 2년인 전·월세 임대차 계약 기한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임차가구의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2년마다 한 번씩 이삿짐을 싸야 한다"며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선진국 중 민간 임대 시장이 발달한 국가들에서는 임대차계약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거나 명확한 해지의 원인이 있을 때에만 임대인의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보좌진에 따르면 개정안은 △집 주인 본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경우 △주택 재개발 등의 공사가 실시되는 경우 △임차인이 집에 큰 위해(차임액 연체, 불법 임차·전대, 주택 일부의 중대한 파손 등)를 가하는 경우 등에는 집 주인이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경우에는 세입자가 원하면 집 주인은 기존 계약을 계속 갱신해야 한다.

또 임대인이 약정한 전·월세 가격이나 보증금의 5% 이하 범위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없게 하고 한 번 올리면 1년 내 증액을 못 하게 하는 내용도 골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사진=더리더

이번 개정안처럼 전·월세 임대차 계약 기한을 2년보다 늘리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도 다수 발의됐다. 하지만 모두 논의를 임기 내 마치지 못해 폐기됐다.

박 의원의 새 법안 역시 20대 국회 시절 2016년 박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개정안을 토대로 임대인의 계약 해지 요구 가능 사항을 보완된 내용이다. 법안은 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의 앞선 논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박 의원 외에도 지난 5일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이 최대 4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같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안은 임차인이 현행 2년에 2년을 추가 계약갱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전·월세 가격상한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 발의 소식에 시장 반응은 떨떠름했다. 주요 부동산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전월세 무한 연장법'이라고 불리며 비판이 적잖았다. 한 부동산 카페의 누리꾼 A씨는 "내 집인데 내가 원하는대로 하지 못하고 세금만 내라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임대인이 실거주하는 집에는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도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원해서 나가기 전까지는 다른 세입자를 들이지 못한다는 점 등에 우려가 많았다.

서울 남부권 아파트 소유자인 주부 김모씨(61)는 "주택 소유자들 중에도 가족들 생활권이 달라진다든지 해서 부득이하게 전세를 내놓고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며 "세입자 보호를 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에는 공감하긴 하지만 이런 식이면 누가 세금 내고 집 사서 살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방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 B씨도 "사실 건물주 모두가 수억·수십억짜리 건물주가 아닌데 무조건 임차인 편의에만 맞추자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전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김한규씨(38·가명)는 "오히려 세입자들이 전·월세 가격 올려서 내놓고 전·월세 수요는 늘어서 임대료만 비합리적으로 폭등하는 것 아니냐"며 "이건 오히려 무주택자들 주택난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 주택임대차 계약기간을 기존 1년에서 현행 2년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전세금이 폭등한 일이 있었다. 당시 서울 전세금 상승률은 제도 도입 직전해인 1989년에 23.68%로 집계됐다. 이어 1990년에는 16.17%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도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이 법안이 실제로 도입될 경우 전세가 상승은 물론이고 이에 따른 주택 매매가 상승도 필연적"이라며 "세입자 보호 같은 선의의 취지도 예상과 달리 선의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장에서 우려하는 반응을 알고 있다"며 "일단 세입자 입장에서 발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21대 국회 중에 시장 요구를 반영한 보완 법안이 추가 발의되고 충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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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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