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정경심 비꼰 진중권 "재판중 가겠다니..인권신장 기여"

김기정 2020. 6. 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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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의원을 보면 내가 사과하고 싶습니다.”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 의원이) 법정에 나와서 30분 만에 가야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받다가 조퇴하는 건 정경심(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교수 때 처음 봤다”며 “이들이 우리나라 인권 신장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꼬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독재의 주구들아. 정의는 여기에 있다. 역사는 너희들을 심판할 것이다’라는 독재정권 때 재판받던 상황을 지금 연출하는 것이다. 황당하다. 인턴서류 허위로 써준 게 대단한 정의라는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당이 주최한 ‘온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서 ‘우리 시대 정의란 무엇인가’란 주제의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서다.


진중권 “꼬리가 개를 흔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국민공부방 제1강 '우리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 전 교수의 발언은 현재 우리 사회의 ‘정의’의 기준이 무너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나왔다. 진 전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나 비리가 있다. 그런데 그 비리가 터졌을 때 처리하는 방식이 놀랍다”며 “과거엔 비리가 나오면 자기가 정의의 기준에 벗어난 부분에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엔 이게 이상하게 처리된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기준을 무너뜨린다. 꼬리가 개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지금의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시절의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싸운 사람들이다. 반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주류, 586사람들은 정치훈련을 다른 경로로 받았다”며 “(민주당 586은) 학창시절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주아 철학이라고 상당히 경멸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운동권 당시 받았던 학습이 유일한 정치학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이들이 통제됐다. 그런데 이들이 주류가 되니 통제할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윤미향을 내치지 않는 걸 원칙이라고 이야기하더라”며 “법적인 문제보다 윤리는 범위가 더 넓다. 그게(윤리) 다 없어진 것이다. 조국의 경우도 그랬지만 유죄, 범죄자가 아니면 괜찮다는 것이다. 이걸 원칙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그대로 굳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란 불안감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히틀러도 민주적으로 선출, 대중독재 걱정”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진 전 교수는 “우리 사회에 일종의 대중독재의 움직임이 보인다. 상당히 걱정스럽다”는 우려도 전했다. 그는 “(여권) 지지층들이 자발적, 조직적으로 동원돼서 정당이 시키기 전에 알아서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움직여서 막 공격을 해댄다”며 “일종의 디지털 포퓰리즘이다. 추적 군중이 돼서 일반인을 공격하는 일이 생기고, 이를 민주당이나 지배계층 사람들이 즐긴다. 한마디로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히틀러도 민주적으로 선출됐던 사람”이라고 비유했다.

친여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권력에 대한 견제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언론과 시민단체다. 그런데 제3의 섹터인 시민단체조차 어용이 됐다”며 “(일례로) 참여연대는 정부 비판 안 하는 불통연대가 됐다. 결국 권력과 결탁한 시민단체의 착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에선 시민단체가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기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며 “그런데 이젠 반대로 기울었는데 추를 옮겨 균형을 잡지 않고 저쪽에 붙어 더 해 먹는다. 어용 노릇 해주고 공천받아 유착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거대한 블록이 형성돼버렸다. 이 블록은 오만할 수밖에 없다. 견제 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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