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문 대통령, 남이 써준 연설문 읽어..자기의견 없어"

박세환 기자 2020. 6. 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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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0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정경심 교수(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인)을 가리켜 “(최 의원이) 법정에 나와서 30분 만에 가야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받다가 조퇴하는 건 정경심(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교수 때 처음 봤다”며 “이들이 우리나라 인권 신장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비꼬았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초청 강연에서 “최근 법을 어긴 자들이 외려 검찰을 질타하는 이상한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사태를 빗대어 “비리를 처리하는 방식이 놀랍다”며 “잘못한 게 없고 기준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하면서 기준을 무너뜨려버리는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들은 과거에 비리를 저지르면 정의의 기준에 벗어났다는 걸 사과하고 반성한다면, 최근에는 이걸 이상하게 처리해버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도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지금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시절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그 분들은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자였고 철학을 가진 분들이고 이를 실현하기위해 싸웠던 분들인 반면 지금 민주당 주류가 된 386, 이제 ‘586’이 된 사람들은 다르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자유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NL(민족해방)이냐 PD(민중민주)냐 이런 것도 아니다”라며 “이들은 진리 자체를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진리 기준을 자기들이 세워버린다. 허위를 진리로 만드는 것, 허위를 사실로 만드는 게 그들의 진리인양 부도덕을 새로운 도덕으로 만드는게 그들의 윤리관념”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정치란 이해와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지만, 운동권은 정치를 기본적으로 선악의 대결로 본다”며 “그들의 정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군을 방어하고 적군을 제압할 때 세워진다. 이들이 정의의 기준을 무시해가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아군을 방어하는 것은, 그것을 자기들 고유의 정의를 세우는 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정의의 기준을 무시하면서까지 끝까지 자기편을 편든다”며 “자기들이 이겨야 되는 게 최고의 정의이고 그걸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되고, 적은 무조건 배척하고 아군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조국사태 때 나타났고 지금도 또 나타나고 패턴처럼 계속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여권을 향해 “법과 도덕과 윤리를 사회보편의 이익이 아니라, 지배계급(부르주아)의 특수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본다”며 “자기들이 곧 선이요 정의요, 나아가 보편이익의 진정한 대변자라 굳게 믿기에 자기들을 향한 검찰 수사나 기소는 보편적 정의를 집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검찰조직의 특수이익을 지키는 행위로 간주된다”고 했다.

특히 “과거 같으면 검찰을 정권 앞잡이라고 할텐데 자기들이 정권을 갖고 검찰총장을 임명했으니 이제 그렇게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그러니 검찰을 조직 이기주의라고 하는거고, 검찰이 자기들을 기소하는 건 보편적 정의를 위한 게 아니라 검찰의 특수이익을 지키기위한 당파적 이익이라고 하면서 서초동으로 몰려와 데모하는 것이다. 황당하지만 그들 코드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 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여권이 원하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자기들이 잘못했을 때 그걸 정의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조직으로, 원래 추구한 검찰개혁 의의를 180도 뒤집어서 옛날엔 그들이 저편을 위해 봉사했다면 이젠 우리편을 위해 봉사하라는 프로젝트로 광범위하게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조국사태는 평등의 이념을 내버린 586세대가 기득권을 제 자식들에게 세습해 주기 위해 공정의 가치까지 훼손한 사건이었다”며 “공부만 잘하면 되는 그런 기회도 빼앗아버린 것이다. 자식 세대한테 뭘 주는게 아니라 자기 자식한테만 기득권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 함께 할 장기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며 “날로 극심해질 양극화와 고령화, 그리고 고용의 불안정성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해나가게 해 줄 전략이 필요하다. 그 발전은 당연히 사회의 모든 계층을 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정의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서 정의란 그저 과정의 공정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아무리 과정이 공정해도 경쟁의 결과는 불평등하기 마련이다. 정의는 결과의 평등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가능한 초기조건을 평등하게 만들어줘서 경쟁은 공정해야 되고, 그 경쟁에서 비롯되는 결과의 불평등은 어느정도 용인해야 하지만 그 불평등 정도가 과도할 경우엔 수정해야 한다”며 “이게 우리의 과제이다. 보수의 과제도 진보의 과제도 아니고 모두의 과제다. 진보든 보수든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금 정의와 공정을 세우는 게임을 다시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태로 불거진 시민단체 논란도 언급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아예 여권에 붙어서 더 해먹고 있다”며 “요즘 참여연대는 불참연대다. 성명 하나 못 낸다. 내는 성명도 거의 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민단체들이 착란 상태에 빠졌다. 아예 저쪽에 붙어서 그들보다 더 해먹고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시민단체가) 시민 후원을 받다가 이제 정부 돈을 따내야 하는데 그러다 유착이 이뤄진다”며 “결국 중심을 잡아야 하는 시민단체가 무너졌다”고 개탄했다. 이어 “(여권과 시민단체의) 거대한 블록이 형성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다”며 “지지자들은 굉장히 폭력적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공화국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다”며 “자기 의견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정치할 뜻도 없는데 노무현 서거로 불려 나와 ‘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친노(친노무현) 폐족이 기득권 세력으로 부활하는 데 ‘카드’가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오늘이 6월 10일이고, (6·10항쟁을) 주도했던 세력이 행정부, 입법부를 장악하고 법관을 탄핵한다면서 사법부까지 장악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1987년으로부터 33년이 지났는데 자신들이 비난했던 그 자리를 차지하고 비난했던 그 짓을 하고 있다”며 “예전 어용은 부끄러운 줄은 알았는데 이들은 부끄러움조차 모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남이 써준 강연문을 읽는다’는 진 전 교수의 지적을 두고 전직 청와대 인사들의 반박도 이어졌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저건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히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비서관은 “누구에게 듣거나 어깨 너머로 본 게 아니라 내가 (청와대에서) 해봐서 안다”라며 “말씀 자료 초안을 올렸다가 당신이 직접 연필로 가필하거나 교정한 문안을 받아보고 어떤 때에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안심도 하고 그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세 꼭지를 올렸는데 한 꼭지만 채택되고, 다른 한 꼭지는 당신이 직접 채택한 이슈를 연필로 적어 보낸 적도 있다”라며 “이를 증언해줄 이는 차고 넘친다”라고 덧붙였다.

하승창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페이스북을 글을 남기고 진 전 교수를 향해 “있지도 않은일, 사실이 아닌 것을 억측으로 사실인 양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문 대통령이) 참모들이 써준 글을 스스로 고쳐쓰시거나 직접 작성해 말씀하시는 것을 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남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하 수석의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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