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약발' 안먹히는 지역, 서울엔 딱 네군데 있다

손해용 2020. 6.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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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25개 동 5월말 매출 분석
동네상권은 재난지원금 함박웃음
대학가·환승역 등 29개동 회복 더뎌
대형관광 상권 여전한 코로나 공포
시니어상권 탑골공원 주변도 썰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저앉았던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평균적으로 지난해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신학기 특수가 실종된 대학가와 관광객·유동인구·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된 상권의 매출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각종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와 중앙일보가 함께 서울 시내 425개 동(洞) 주요 점포의 신용카드 매출(이하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서울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5월 마지막 주(5월 25~31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7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게에서 100개를 팔았다면 올해에는 평균적으로 97개를 팔았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의 매출은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다섯째 주(1월 27일~2월 2일)부터 2월 넷째 주(2월 24일~3월 1일)까지 전년 대비 계속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춤해진 3월부터 서서히 감소세가 완화하더니, 연휴가 이어지고,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린 5월부터 회복세가 가팔라졌다.

서울시 소상공인 매출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매출 회복을 견인한 곳은 이른바 동네상권이다. 은평구 증산동, 성북구 장위동·석관동, 강서구 염창동,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가락동·마천동 등은 5월 마지막 주 1.2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가 밀집한 ‘베드타운’으로 꼽히는 곳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다”며 “감염 우려로 소비자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상권이나 회사 근처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동네 점포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29개 동은 코로나19 발생 약 4달이 지나도 지난해 매출의 90%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크게 ▶대학가 ▶관광 상권 ▶환승역 ▶시니어 거리로 분류된다. 긴급재난지원금과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한 ‘사각지대’인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의 61%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청파동2가(숙명여대)를 비롯해 서교동(홍익대)·화양동(건국대) 등 대학 캠퍼스 주변 11개 동의 타격이 두드러진다. 학사 일정이 취소·연기되면서 3월 신학기부터 상권은 초토화됐고, 각종 행사와 모임까지 사라지며 지금까지 장사를 망치고 있다. 김동호 대표는 “원래 비수기인 방학 기간을 감안하면 1년의 절반 이상의 장사를 망친 셈”이라며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강의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대학가 주변의 매출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명동을 비롯해, 인사동 거리 인근, 공연·예술의 메카로 꼽히는 대학로 주변, 젊은 층이 모임 장소로 선호하는 상수동·동교동·관철동 등 11개 동도 된서리를 맞았다. 외국인·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흔히 ‘관광 상권’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특히 이태원동은 매출이 전년도의 30% 수준으로 빈사 상태나 다름없다. 5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는 서울시 425개 동 가운데 가장 낮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이태원 클럽과 주점을 다녀간 뒤로 이태원 상권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든 여파다. 김동호 대표는 “이태원 지역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낙인 효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강로3가(용산역)·남대문로5가(서울역) 등 주요 지하철 환승역 부근은 유동인구 감소로 피해를 봤다. 60대 이상이 많이 모여 이른바 ‘시니어 상권’이 형성된 탑골공원 주변의 낙원동은 건강을 걱정하는 시니어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낙원동은 실버세대를 위한 전용 극장, 라이브 카페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관광 상권이지만, 탑골공원에 가까운 관철동도 이 영향을 부분적으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국 소상공인 점포를 대상으로 한 업종별 분석에서는 매출 회복세 희비가 엇갈렸다. 가구·생활용품 업종은 5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53%·63% 늘었다. 재난지원금으로 여윳돈이 생긴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홈퍼니싱(집 꾸미기) 열풍이 불은 여파로 해석된다. 도서 관련 업종의 매출이 40% 늘어난 것도 이런 ‘집콕’ 생활의 영향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식품판매(37%)·스포츠용품(60%) 업종의 매출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대면접촉이 많거나 좁은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식당·카페·술집, 목욕탕·사우나, 노래방 등 여가시설, 태권도 등 무예 등은 아직 코로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의 평균적인 매출 회복이 수치로 확인됐지만, 아직 전체 소비가 추세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백화점·할인점·쇼핑몰 등 대형 유통채널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각종 내수·소비 지표는 여전히 바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든 다시 강화할 수 있는 데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약발’도 한계가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7.6에 불과하다. 2월 96.9에서 4월 70.8까지 급락하다 지난달 6.8포인트 상승했지만, 소비 심리는 2003~2019년 장기평균(100)에 한참 못미친다.

정연승 한국마케팅관리학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내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소비 패턴 변화의 영향이 엄청나다”며 “수요에 비해 자영업자 공급이 많았던 일부 과밀 업종, 과밀 상권은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한국신용데이터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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