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 여권선 "그 나라 싫어 나온 사람들"

김승현 입력 2020. 6. 11. 00:05 수정 2020. 6. 1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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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북한 정권 입장에서 바라봐
수많은 탈북민 사지 내모는 발언"
북한 "대적사업으로 전환" 다음날
정경두 "남북 군사합의 신뢰에 기여"
1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 앞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부터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한기 합참의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백해무익(百害無益)’과 ‘역지사지(易之思之)’.

최근 여권에서 언급된 두 사자성어는 정부·여당의 대북관(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롭기만 하고 하나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한 것은 최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대북 전단(삐라)’을 두고 한 말이다. 같은 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삐라 살포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였다. 김여정의 노여움을 거두기 위해 서둘러 낸 단호한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왔다. 폐쇄된 북한에 자유의 냄새를 풍기려는 대북 전단의 일말의 긍정성은 설 자리가 없었다.

윤건영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본다’는 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남북 통신 차단 조치를 평가할 때 나왔다. 윤 의원은 “남북 정상 간 있었던 합의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따른 북측의 누적된 불만 같다”면서 “역지사지해 보면 쉽게 입장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상대 국가가 모욕하는 전단 살포를 만약에 한다면, 그것도 더욱이 그 나라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면 자극하는 문제임이 분명한 것”이라고 했다.

두 ‘실세’의 말은 ‘백해무익한 삐라 때문에 화가 난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윤 의원은 그런 와중에 탈북자에 대한 인식도 드러냈다. ‘그 나라(북한)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라는 규정에서다. 이에 대해 외교부 차관을 지낸 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행정권만 벗어나면 바로 우리 국민으로서 권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우리 헌법”이라면서 “중국에 있는 수많은 탈북자를 사지로 내모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삐라와 함께 탈북민까지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탈북 시도 주민이 겪은 반인도 범죄에 대한 보고서를 쓸 정도로 국제사회에 공론화된 시각과도 동떨어진 관점이다.

북한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북한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내재적 접근’을 넘어 자신을 북한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의 대응책을 찾아야 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 평화만 내세우며 지나친 북한 편들기를 하는 것은 자기 자리와 정체성을 잘 모르는 행태”라고 말했다.

백해무익과 역지사지의 양태는 정부와 여당 전반에 확산 중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원 구성이 되면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입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라면서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군 병력을 동원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일부 (탈북자) 단체는 후원금을 거두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순수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국방부도 여권의 행렬에 동참하는 형국이다. 10일 정경두 국방장관 주관으로 열린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는 북한이 ‘대적(對敵)사업’에 나선다면서 파기 위협을 하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유체 이탈’ 평가가 나왔다. 정부·여당이 북한 문제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 역지사지해 본 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승현 정치에디터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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