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시장 사과에도 '욕받이'로 전락한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김윤호 2020. 6. 11. 1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7개 시민단체 "자금 하나 제대로 지급못해"
더불어 민주당 "범죄수준의 무사안일" 지적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신청 현장접수 첫날 모습. 연합뉴스

"긴급생계자금 하나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대구시 혁신성장국은 오히려 혁신이라는 조직명칭이 부끄러울 정도로 반혁신적이다." 대구 지역 47개 시민단체가 지난 10일 ‘코로나19 사회경제 위기 대응 대구공동행동(약칭 코로나19 대구행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하면서 발표한 발족문 내용이다. 코로나19 대구행동에는 민노총, 대구 YMCA,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참여연대 등 주류로 꼽히는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지원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긴급생계자금 신청하는 대구 시민들. 연합뉴스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지급 문제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9일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영상회의에서 "긴급생계자금 지원에 대해 섬세하게 돌보지 못한 점 시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금액은) 적더라도 2차 긴급생계자금을 준비해야 하겠다. 다음번에 드릴 때는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드리는, 모든 시민이 응원받는 형태로 준비 중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권영진 대구시장. 뉴스1

이렇게 대구시장의 사과와 새로운 자금 지원 이야기가 나왔지만, 비판은 그대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이런(긴급생계자금)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라며 “대구시는 환수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고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긴급생계자금 관련 사태는) 범죄 수준의 무사안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누차 밝혔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다수가 수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시는 마땅한 책임을 지고 빠른 사태 수습에 나서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인터넷에도 비판이 넘쳐난다.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남긴 아이디 verd****는 “공무원 숫자 잔뜩 늘려 놓으니 일은 않고 비리 저지르는 데 열심이다”고 꼬집었다. hush****는 “공무원들 환수만 하지 말고 징계도 내리시죠”라고 비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구시와 긴급생계자금을 잘못 받은 공무원 등에 대한 '욕설'이 쉽게 찾아질 정도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행정력 낭비, 시민의 박탈감, 행정에 대한 불신, 시민의 자존감 추락 등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긴급생계자금 부당 수급 사태는 환수하는 것만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행정의 난맥상에 대한 권영진 시장의 사과와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요구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당초 긴급생계자금을 잘못 받아간 공무원 등은 긴급생계자금 성격이 공무원 수당 등과 달리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금이어서 법적으로 징계가 어려울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다시 "법률가에게 더 물어보고 결정해야 할 일", "대구시 소속 공무원들의 징계는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대구시청사. [중앙포토]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가 '욕받이'가 되는 수준의 비판이 연일 나오는데, 긴급생계자금을 집행한 라인에 있는 공무원들, 자금을 신청해서 받은 공무원 등 모두 압박이 있을 수에 밖에 없다.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잘못 나간 자금의 환수작업을 서두르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은 정부가 준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대구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50만~90만원씩 지급한 것이다. 해당 가구 58만6000여 가구 중 이미 복지제도나 코로나19 특별지원을 받은 12만7000여 가구를 제외한 45만9000여 가구가 대상이었다. 안정적인 수익이 있다고 판단된 공무원, 사립교사, 공사 직원 등은 수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일부 공무원 등이 자금을 받아간 게 최근 드러나면서 비판이 일었다. 문제가 된 수급자는 공무원 1810명, 사립학교 교원 1577명, 군인 297명, 시 산하 공사·공단 직원 95명, 출자·출연기관 직원 126명, 정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 23명 등 모두 3928명이다. 이들은 약 25억여원을 받아갔다. 공무원 중 74명은 대구시 소속 공무원으로 조사됐다.

자금 수령 공무원 등은 대부분 "나는 가족 중 누군가가 신청을 한 지 알지 못했다. 공무원 등은 신청하면 안 되는지를 세대원이 알지 못한 것 같다. 어떤 공무원이 신청할 수 없는 생계자금을 달라면서 알면서 직접 신청서를 쓰겠는가"는 등의 해명을 하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