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끔찍한 일' 경고에도 수위 조절..대남 압박 주력

이국현 2020. 6.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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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외무성 "북남 관계는 내부 문제, 시비 권리 없다"
美국무부 '북한 최근 행동에 실망했다' 논평에 반박
성명 아닌 답변 형식 통해 대미 압박 수위 조절한 듯
"北 투트랙 대응..전단 살포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
[파주=뉴시스]홍효식 기자 =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남측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더 높이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1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 철책선 너머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6.1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북한이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며 대남 공세에 나선 지 7일 만에 미국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북한이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하고, 남북 연락채널을 완전 차단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실망했다'는 논평을 낸 데 따른 반응이다.

다만 북한이 원색적인 비난을 자제하고 기자와 문답하는 형식으로 미국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 제재 완화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당분간 대남 압박 수위에 주력하면서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남 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문제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 할 권리가 없다"며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 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 국무부가 남북한 간 모든 통신 채널 차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북한의 최근 행동에 실망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가 논평에서 북한에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이례적인 것으로 지난해 말 북한이 '성탄절 선물'을 거론하며 대미 도발을 경고했을 때 등장했다.

권 국장은 "미국이 말하는 실망을 지난 2년간 배신과 도발만을 거듭해온 미국과 남조선 당국에 대해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극도의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며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 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국장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외무성 미국담당으로 대미·대남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이후 지난해 10월 스톨홀름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외무성 순회대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반 년 만에 미국 국장으로 복귀하면서 또다시 대미 비난의 선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남북 문제를 거론하자 강력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가 재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겨냥해서도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남 강경 모드 속에서 대미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경고한 만큼 이행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규탄하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의 항의 군중집회가 지난 9일 신천박물관 교양마당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2020.06.10.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하지만 미국 내 정치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 북미 협상의 불확실성, 미중 갈등 격화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금 당장 북미간 긴장 고조로 전선이 확대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권 국장이 성명 대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을 통해 수위 조절을 하면서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미국 국내 정치도 어지럽고 코로나19 확신세 등을 감안할 때 대선까지 미국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한 것 같다"며 "한편으론 남북 관계의 자주성을 강조하면서 이제는 미국 눈치를 보지 말고, 남북 관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북한은 북미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남측을 적(敵)으로 규정하고, 대남 강경 기조를 확대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을 높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한 것과 관련해 단계적 보복 조치를 시사하고 나섰지만, 실질적으로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나아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한국구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미국과는 핵보유를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관계를, 한국과는 남북 관계를 독립적으로 관리하려는 투 트랙 대응을 하고 있다"며 "북한은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등을 계기로 미국 문제를 꺼내들면서 북미 관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지만 당분간은 미국을 제처두고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선 수위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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